두달새 5배 오른 에스티큐브, 루머+차익실현 매물에 '털썩'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이번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종목은 에스티큐브입니다. 지난 5일 20.85%가 급락했고, 6일에도 9.53% 하락했습니다. 7일 2.81% 반등하긴 했지만, 8일엔 하락 제한폭에 가까운 27.05% 미끄러졌습니다.

지난주 주당 2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에스티큐브 주가는 절반 수준인 1만200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에스티큐브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면역관문 단백질인 BTN1A1을 타깃하는 항체 치료제 'hSTC810'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그 안에서도 트렌드 변화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면역항암제인 옵디보, 키트루다는 PD-1이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타깃하고, 티쎈트릭, 바벤시오, 임핀지 같은 면역항암제는 PD-L1을 타깃합니다.

PD-1은 암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에, PD-L1은 암 세포에 존재합니다. 이 둘이 만나면 T세포가 암 세포를 '못 본척' 지나가게 만들죠. T세포의 암 세포 공격을 무력화하는 겁니다.

키트루다 같은 PD-1 타깃 면역항암제는 PD-1 자체의 활동을 막아 T세포가 제대로 암 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반대로 PD-L1 타깃 면역항암제는 PD-L1 활동을 막아 '면역 억제'를 저해합니다.말 장난 같지만 '억제를 억제'하는 원리인 겁니다.

PD-1, PD-L1 외에 이필리무맙처럼 CTLA-4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도 있습니다. LAG-3, TIGIT 같은 면역관문도 존재합니다.

에스티큐브의 hSTC810은 BTN1A1이라는 면역관문을 타깃하는 신약 후보물질입니다. 암 세포에 BTN1A1이 발현되면, T세포의 공격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3월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았습니다.

미국 3개 병원(MD앤더슨, 예일암센터, 마운트 사이나이병원)과 한국 2개 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에서 진행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BTN1A1을 타깃하는 hSTC810이 글로벌 제약사에 매력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PD-1, PD-L1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이런 타깃이 잘 발현되는 암 환자에게서만 효능이 좋기 때문이죠.

에스티큐브 주가는 지난 7월부터 급등했습니다.

임상 1상 승인 소식에도 무덤덤(주당 5000~7000원)했던 주가는 7월 개인의 강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1만원을 넘기 시작합니다. 7월 한 달 간 개인은 32만여주를 순매수했습니다. 8월에도 25만주를 사들이며 주가가 2만5000원(종가 기준)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인 데 대해 "hSTC810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던 주가가 이번 주 급락세를 거듭하며 1만2000원대로 다시 떨어진 겁니다.

주가를 급락시킬 만한 임상 관련 소식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주 초 임상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순조롭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수급 요인도 있어 보입니다. 최근 단기 급등세 이후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왔고,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선 8월 12일 금감원 공시를 보겠습니다. 이날 에스티큐브는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 공시를 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뉴그린이라는 법인과 뉴그린의 대표인 김형순 씨는 전환우선주를 각각 14만4732주씩 보통주로 전환 청구를 했습니다.

이렇게 전환 청구를 해도 뉴그린과 김형순 씨가 보유한 전환우선주는 각각 51만7958주씩이나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환 청구를 통해 뉴그린과 김형순 씨가 확보하는 보통주는 각각 20만주, 총 40만주입니다.

그 다음은 8월 23일 거래소 공시를 보겠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오는 13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 직후 거래일에 총 20만4416주가 추가 상장될 예정입니다. 이는 기존에 발행된 사모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물량입니다.

같은 날(23일) 1분 시차를 두고 또 다른 거래소 공시가 나왔는데, 이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공시입니다. 이 공시에 따르면 40만주가 지난달 26일 상장됐습니다. 이는 12일 뉴그린과 김형순 씨가 보통주로 전환 청구를 한 40만주 물량으로 보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CB 전환은 특정 법인이 청구를 한 것"이라며 "뉴그린과 김형순 씨는 회사에 상당 지분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투자한 우호 주주"라고 했습니다.

어찌됐든 CB 전환(법인)과 보통주 전환(뉴그린+김형순 씨)으로 총 60만여주가 주식 시장에 추가 상장된 겁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매도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일과 8일 기타법인 계정으로 각각 5만7000주와 6만8000주가 순매도 됐습니다. 주가가 20.85% 급락한 앞선 5일에는 개인이 무려 31만5000여주가 순매도됐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