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엇갈린 모자 두번째 작별 인사…"못 보낸다" 오열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포항의료원은 8일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생사가 엇갈린 모자 가족을 비롯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떠난 희생자들의 빈소는 종일 애통한 분위기가 계속됐다.침수 현장에서 아들만은 살려 내보내고자 했던 모친 김모(52) 씨는 입관실에서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을 마주하고는 오열했다.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은 "못 보낸다", "저 이쁜 얼굴 어떡하노"라며 중학생 김모(15) 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10여 분간 울음이 끊이지 않던 입관실은 김씨가 들것에 실려 나오며 일순 고요해졌다.김씨는 곧장 119구급대에 의해 이송됐다.

김 군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 20여 명이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김 군의 마지막 길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엄마는 아들과 두 번째 작별 인사를 마쳤다.김씨는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 두 번째 생존자이자, 희생자의 모친이다.

모자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북상 때 침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를 빼려다가 생이별을 했다.

탈출을 시도하던 김씨는 체력에 한계를 느끼자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아들을 내보냈다.김 군은 모친에게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앞서서는 포항 시내 중학교·고등학교 교장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 관계자는 "위로의 마음을 보태야겠다 싶어서 조문했다"며 "학교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 제자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른 희생자 5명의 입관식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입관실로 들어갔고, 복도에 비통한 울음이 새어나왔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유족은 부축을 받아 겨우 발걸음을 뗐다.

희생자 안모(76) 씨의 입관식에는 이날 제복을 입은 월남전 참전 용사 전우회가 찾아와 예우했다.

안씨는 십자성 부대 소속으로 1년 6개월간 월남 파병을 다녀왔다고 유족은 전했다.

국가보훈처 윤종진 차장도 국가유공자인 안씨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포항시 남구에서는 냉천 범람 참사로 김 군 외에도 총 3개 아파트 주민 7명이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을 빼내려다가 사망했다.

앞서 이날 오전 희생자 허모(54) 씨와, 다른 장례식장에 있던 주모(66) 씨는 발인을 마쳤다.유족들은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은 치르지 않기로 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