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열번째 직업 전전…결국 아버지에 손 벌렸다가 [도정환의 상속대전]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올해 나이 50세인 나조급씨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열 번의 직업을 바꿨습니다. 나조급씨는 대학에서 임상병리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부산의 한 중소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적성에 잘 맞지도 않았고 의사들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월급이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나조급씨는 임상병리사로 근무한 지 2년째 되던 날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습니다.
시가 15억원의 3층짜리 건물 아들에게 주려면…
상속 또는 증여, 뭐가 유리할까
"재산가치 상승·각종 공제 등 종합적 고려해야"
이후 조그만 도시에 있는 아버지의 3층짜리 건물 1층에서 피자가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피자가게도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피자가게이다 보니 판매단가가 너무 낮았고 마진도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마진이 높은 업종을 찾아 수십년간 창업과 폐업을 반복했습니다. 치킨점, 의류점, 문방구점, 꽃집, 우유 대리점, 두유 대리점, 찜질방 매점 등 다양한 장사를 하게 된 겁니다. 어느덧 나조급씨의 나이는 50.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장사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나마 기댈 사람은 팔순이 다 되어가는 아버지 밖에 없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결국 나조급씨는 아버지에게 시가 15억 원의 3층짜리 건물을 증여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나조급씨의 아버지는 탐탁치 않았지만 하나 뿐인 아들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과 자신의 나이를 감안할 때 지금 결정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상속을 할지 증여를 할지는 고민이라고 합니다.나조급씨가 아버지로부터 시가 15억 원짜리 건물을 증여받을 경우의 증여세와 상속받을 경우의 상속세를 비교해 보면 아래늬 <표>와 같습니다. 상속받을 경우 나조급씨의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증여를 하게 되면 납부할 세금은 4억740만원이고, 상속을 하게 되면 8730만원입니다. 그 차이만도 3억2010만원에 달합니다.상속이 발생한 경우에는 동거가족에 대한 장래의 부양을 고려해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가 적용됩니다. 증여에 비해 세금이 많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증여재산가액과 상속재산가액이 동일한 경우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작으므로 세금만 고려했을 때는 상속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항상 상속이 유리할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나조급씨의 아버지가 소유한 건물이 인근 지역의 개발호재로 가격이 급등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10년 뒤에 상속이 발생했는데 부동산 가액이 2배로 증가한 경우입니다. 현재 시점의 증여세와 향후 10년 뒤의 상속세는 아래의 <표>와 같이 달라집니다. 30억원 규모의 건물을 상속받게 되다보니 과세표준이 올라가게 되고, 결국 6억2080만원의 세금을 내야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의 증여세인 4억740만원 보다 2억1340만원을 더 내는 셈입니다.상속은 증여보다 다양한 공제가 적용되지만, 상속 당시에는 재산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만큼 세금도 커질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상속이 발생하기 전까지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임대소득은 나조급씨 아버지의 소득이 됩니다. 하지만 증여할 경우에는 나조급씨의 소득이 됩니다. 그 임대소득으로 재산을 축적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향후 재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거나 재산이 많아서 어차피 상속 시 다양한 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일괄적으로 상속받는 것보다 미리 일부라도 증여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비슷한 사례로 필자가 중소법인을 영위하는 오너들이 자녀에게 회사 주식을 증여하는 것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요청에 따라 주식증여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주식의 가치는 증여 시점보다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자녀가 경영을 승계하기 전에 폐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기간 지속하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고 경제 상황도 급변하다보니 사업을 꾸준히 끌고 나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처럼 위험을 감수하거나 참고 견뎌내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젊은 세대들은 부모님이 모아 놓은 재산으로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가업 주식을 증여거나 상속할 경우에는 자녀의 사업의지가 확고하고, 부모 세대보다 더 크게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