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 밭작물 말려 죽인다는 '조풍'에 당근도, 농심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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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가 몰고 온 바닷바람에 해안선서 1.2㎞ 떨어진 밭도 피해
태풍 지난 뒤 계속된 강풍에 피해 커져
"이 당근 이파리를 보세요. 살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한 당근밭에 함께 간 구좌농협유통센터 양성집 상무가 새끼손톱만 한 이파리 몇 장이 달린 당근 줄기를 가리키며 기자에게 물었다.
양 상무가 가리킨 줄기에 붙어있는 이파리 반은 제초제를 뿌려놓은 것처럼 누렇게 변한 채 죽어있었다. 하지만 반은 아직 푸릇푸릇해 보였다.
기자가 고개만 갸우뚱거리자 양 상무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며 "다만 살아서 열매를 맺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상품성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당근밭은 지난 7월 25일 파종해 다른 밭보다 상황이 나은 편에 속했다. 지난달 10일 파종한 바로 맞은편 밭은 자라났던 당근 줄기와 이파리가 사실상 모두 죽어 밭이 아닌 농로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날 찾은 당근밭들은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에 이른바 '조풍'(潮風) 피해를 보았다. 이들 밭은 가장 가까운 바다와 직선거리로 1.2㎞나 떨어져 있어 저 멀리 수평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조풍 피해를 면하진 못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태풍과 강풍 등으로 발생하는 염분이 많은 강력한 비바람이 농작물을 고사시키는 현상을 조풍 피해라고 한다.
9일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바닷바람은 해발 150m 지점까지 영향을 미친 상태다.
실제로 해안과 꽤 멀리 떨어진 구좌읍 만장굴 인근 도로변 나무 이파리도 조풍 피해를 당하여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물론, 태풍이 온다고 매번 조풍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농협 제주본부도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규모의 조풍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태풍으로 상처가 난 이파리에 바닷물이 닿으면 삼투압으로 인해 이파리 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결국 탈수로 죽어 시든다.
이에 따라 태풍이 지나고 이파리 안으로 염분이 침투하기 전 10㏊당 깨끗한 물 2∼3t을 빠르게 뿌려 잎에 있는 염분을 씻어줘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태풍이 내습할 때 많은 비를 동반하거나, 태풍이 지나고 비가 내리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힌남노'는 상대적으로 비는 적고 바람이 강했다.
또 태풍이 지나간 6일부터 이날까지 제주는 내내 화창한 날씨를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태풍이 지나고 하늬바람이 12시간이나 불었다.
양 상무는 "태풍이 제주를 지나고 나서 보통 1∼2시간 바람이 더 불고 멈춘다"며 "하지만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고 나서도 북서풍이 12시간 동안 강하게 불면서 농가가 염분을 씻기 위해 밭에 뿌린 물도 효과가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좌농협은 지난 6일 오전 기준 구좌읍 전체 당근 재배지 1천450㏊ 중 15%인 220㏊가 조풍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우식 농협 제주본부 부본부장은 "당근 이파리가 시름시름 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 보면 반쯤은 살아있는 것과 같아 조풍 피해 농가는 행정에서 당장 피해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재 피해 규모 산정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 태풍 '탈림'이 내습했을 때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는 적어 제주지역 286개 농가 152㏊에 재배 중인 당근 등이 조풍에 말라 죽었다.
또 1997년 태풍 '올리와'가 제주에 영향을 줬을 때도 조풍이 해안가 농경지를 덮치면서 당근 956㏊와 콩 666㏊ 등 3천300㏊가 피해를 보았다. dragon.
/연합뉴스
태풍 지난 뒤 계속된 강풍에 피해 커져
"이 당근 이파리를 보세요. 살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한 당근밭에 함께 간 구좌농협유통센터 양성집 상무가 새끼손톱만 한 이파리 몇 장이 달린 당근 줄기를 가리키며 기자에게 물었다.
양 상무가 가리킨 줄기에 붙어있는 이파리 반은 제초제를 뿌려놓은 것처럼 누렇게 변한 채 죽어있었다. 하지만 반은 아직 푸릇푸릇해 보였다.
기자가 고개만 갸우뚱거리자 양 상무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며 "다만 살아서 열매를 맺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상품성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당근밭은 지난 7월 25일 파종해 다른 밭보다 상황이 나은 편에 속했다. 지난달 10일 파종한 바로 맞은편 밭은 자라났던 당근 줄기와 이파리가 사실상 모두 죽어 밭이 아닌 농로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날 찾은 당근밭들은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에 이른바 '조풍'(潮風) 피해를 보았다. 이들 밭은 가장 가까운 바다와 직선거리로 1.2㎞나 떨어져 있어 저 멀리 수평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조풍 피해를 면하진 못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태풍과 강풍 등으로 발생하는 염분이 많은 강력한 비바람이 농작물을 고사시키는 현상을 조풍 피해라고 한다.
9일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바닷바람은 해발 150m 지점까지 영향을 미친 상태다.
실제로 해안과 꽤 멀리 떨어진 구좌읍 만장굴 인근 도로변 나무 이파리도 조풍 피해를 당하여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물론, 태풍이 온다고 매번 조풍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농협 제주본부도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규모의 조풍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태풍으로 상처가 난 이파리에 바닷물이 닿으면 삼투압으로 인해 이파리 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결국 탈수로 죽어 시든다.
이에 따라 태풍이 지나고 이파리 안으로 염분이 침투하기 전 10㏊당 깨끗한 물 2∼3t을 빠르게 뿌려 잎에 있는 염분을 씻어줘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태풍이 내습할 때 많은 비를 동반하거나, 태풍이 지나고 비가 내리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힌남노'는 상대적으로 비는 적고 바람이 강했다.
또 태풍이 지나간 6일부터 이날까지 제주는 내내 화창한 날씨를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태풍이 지나고 하늬바람이 12시간이나 불었다.
양 상무는 "태풍이 제주를 지나고 나서 보통 1∼2시간 바람이 더 불고 멈춘다"며 "하지만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고 나서도 북서풍이 12시간 동안 강하게 불면서 농가가 염분을 씻기 위해 밭에 뿌린 물도 효과가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좌농협은 지난 6일 오전 기준 구좌읍 전체 당근 재배지 1천450㏊ 중 15%인 220㏊가 조풍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우식 농협 제주본부 부본부장은 "당근 이파리가 시름시름 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 보면 반쯤은 살아있는 것과 같아 조풍 피해 농가는 행정에서 당장 피해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재 피해 규모 산정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 태풍 '탈림'이 내습했을 때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는 적어 제주지역 286개 농가 152㏊에 재배 중인 당근 등이 조풍에 말라 죽었다.
또 1997년 태풍 '올리와'가 제주에 영향을 줬을 때도 조풍이 해안가 농경지를 덮치면서 당근 956㏊와 콩 666㏊ 등 3천300㏊가 피해를 보았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