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中기업, 홍콩 2차→이중 상장으로 바꾸는 이유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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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거래소가 상장심사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상장해 있는 중국 기업들이 상장폐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홍콩 이중상장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로라 차 홍콩거래소 회장은 최근 홍콩대 강연에서 "우리는 중국 본토 기업의 추가 상장을 환영하지만 상장 기준을 낮추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하는 데 대한 원론적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합의로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강제 상폐 리스크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 수준에 따라 상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상장해 있는 중국 기업은 홍콩증시 이중상장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에서 퇴출되더라도 계속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중상장은 2차상장과 달리 홍콩거래소와 중국 본토의 상하이·선전거래소 간 교차매매 시스템을 통해 본토 자금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톈펑증권은 미국에 상장된 200여개 기업 중 59개가 홍콩 이중상장 요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총 175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상장사들에게 독립된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다시 검증하는 이중의 감시 체계를 마련했다. 상장사들은 감사보고서의 바탕이 되는 상세한 기업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2013년 체결한 회계협정에 따라 미국 PCAOB가 아니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검증만 받으면 되는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2020년 초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3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게 발각되면서 상장이 폐지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회계협정을 파기했다.미국은 또 2020년 12월 외국회사책임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모든 외국 기업들도 PCAOB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외국회사책임법은 3년 연속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퇴출이 시작되는 시점은 2021·2022·2023년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게 확정되는 2024년 초다. 법 시행 이후 상장한 기업들에게는 이 법이 바로 적용된다.
게다가 미 의회는 미제출 허용 기간을 3년 연속에서 2년 연속으로 줄이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퇴출 시기가 내년 초로 앞당겨질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부의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외국에 회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 회계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미국과 합의한 것이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폐지 예비 리스트도 공개했다. 현재 미국에 상장한 261개 중국 기업 중 162개가 예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018년 이후 26개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이 홍콩에 추가로 상장했다. 16곳은 2차, 9곳은 이중상장이다. 바이오업체 차이랩은 지난 6월 2차에서 이중으로 전환했다.
2018년 이전까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은 홍콩거래소에 1차 또는 이중으로 상장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도 2014년 뉴욕으로 갔다. 홍콩거래소는 결국 2018년 4월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이후 바이오기업 베이진, 전기차 기업 샤오펑과 리샹 등 차등의결권 기업이 이중으로 홍콩에 상장했다.
올들어 7월까지 KE홀딩스, 즈후 등 홍콩에 추가로 상장한 기업 5곳은 모두 이중상장 방식을 택했다.
샤오펑은 2021년 7월 이중으로 상장했고, 지난 2월 교차 매매 가능 주식 리스트에 올라갔다. 현재 2차 상장 기업 16곳이 이중 상장으로 전환하면 본토 자금 476억홍콩달러(약 8조4000억원)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분석했다.
비용 문제도 2차와 이중을 구분하는 요소다. 이중 상장은 예컨대 뉴욕과 홍콩 거래소의 각기 다른 규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 홍콩은 특히 미국보다 상장 규정이 더 까다롭다.
반면 2차 상장은 1차 상장에서 심사를 충분히 거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심사도 간단하고 소요 시간도 짧다. 상장 후 공시 의무도 일부 면제된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1월 차등의결권 기업이 2차에서 이중 상장으로 전환하는 길을 확대했다. 시가총액 400억홍콩달러 이상이거나, 시총 100억홍콩달러 이상에 매출 10억홍콩달러 이상일 것 등의 요건을 갖추면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콩 이중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유예기간도 지나가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 정지 등을 조치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로라 차 홍콩거래소 회장은 최근 홍콩대 강연에서 "우리는 중국 본토 기업의 추가 상장을 환영하지만 상장 기준을 낮추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하는 데 대한 원론적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합의로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강제 상폐 리스크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 수준에 따라 상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상장해 있는 중국 기업은 홍콩증시 이중상장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에서 퇴출되더라도 계속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중상장은 2차상장과 달리 홍콩거래소와 중국 본토의 상하이·선전거래소 간 교차매매 시스템을 통해 본토 자금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톈펑증권은 미국에 상장된 200여개 기업 중 59개가 홍콩 이중상장 요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총 175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퇴출 리스크
알리바바, 비리비리 등 중국 대형 정보기술기업(빅테크) 상당수가 미국에 먼저 상장한 후 홍콩에는 2차로 상장해 있다. 이들은 최근 홍콩 상장 형태를 2차에서 2중으로 바꾸는 방안은 추진 중이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 간에 지속돼 온 회계 감독권 분쟁에서 비롯됐다.미국은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상장사들에게 독립된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다시 검증하는 이중의 감시 체계를 마련했다. 상장사들은 감사보고서의 바탕이 되는 상세한 기업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2013년 체결한 회계협정에 따라 미국 PCAOB가 아니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검증만 받으면 되는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2020년 초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3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게 발각되면서 상장이 폐지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회계협정을 파기했다.미국은 또 2020년 12월 외국회사책임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모든 외국 기업들도 PCAOB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외국회사책임법은 3년 연속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퇴출이 시작되는 시점은 2021·2022·2023년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게 확정되는 2024년 초다. 법 시행 이후 상장한 기업들에게는 이 법이 바로 적용된다.
게다가 미 의회는 미제출 허용 기간을 3년 연속에서 2년 연속으로 줄이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퇴출 시기가 내년 초로 앞당겨질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부의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외국에 회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 회계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미국과 합의한 것이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폐지 예비 리스트도 공개했다. 현재 미국에 상장한 261개 중국 기업 중 162개가 예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018년 이후 26개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이 홍콩에 추가로 상장했다. 16곳은 2차, 9곳은 이중상장이다. 바이오업체 차이랩은 지난 6월 2차에서 이중으로 전환했다.
◆2차·이중 상장의 의미는
기업들은 자금 조달, 시장의 평가(밸류에이션), 거래량 등 다양한 이유로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 2차 상장은 최근 전기차 업체 웨이라이(NIO)가 적용한, 1차로 상장한 주식을 이동시키는 '소개'부터 알리바바가 2019년 진행한 자금 추가 조달 형식까지 방식이 다양하다. 공통점은 1차 또는 이중 상장에 비해 빠르고 심사도 덜 엄격하다는 점이다. 반면 이중상장은 첫 상장과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2018년 이전까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은 홍콩거래소에 1차 또는 이중으로 상장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도 2014년 뉴욕으로 갔다. 홍콩거래소는 결국 2018년 4월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이후 바이오기업 베이진, 전기차 기업 샤오펑과 리샹 등 차등의결권 기업이 이중으로 홍콩에 상장했다.
올들어 7월까지 KE홀딩스, 즈후 등 홍콩에 추가로 상장한 기업 5곳은 모두 이중상장 방식을 택했다.
◆2차·이중 상장 차이는?
2차 상장과 이중 상장의 실질적 차이는 교차 매매가 가능한가에 있다. 특히 미국 증시 퇴출 가능성을 생각하면 중국 본토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가는 기업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교차 매매는 후강퉁(상하이-홍콩), 선강퉁(선전-홍콩)으로 불린다.샤오펑은 2021년 7월 이중으로 상장했고, 지난 2월 교차 매매 가능 주식 리스트에 올라갔다. 현재 2차 상장 기업 16곳이 이중 상장으로 전환하면 본토 자금 476억홍콩달러(약 8조4000억원)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분석했다.
비용 문제도 2차와 이중을 구분하는 요소다. 이중 상장은 예컨대 뉴욕과 홍콩 거래소의 각기 다른 규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 홍콩은 특히 미국보다 상장 규정이 더 까다롭다.
반면 2차 상장은 1차 상장에서 심사를 충분히 거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심사도 간단하고 소요 시간도 짧다. 상장 후 공시 의무도 일부 면제된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1월 차등의결권 기업이 2차에서 이중 상장으로 전환하는 길을 확대했다. 시가총액 400억홍콩달러 이상이거나, 시총 100억홍콩달러 이상에 매출 10억홍콩달러 이상일 것 등의 요건을 갖추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중 상장 전환 이전에 뉴욕에서 퇴출되면?
홍콩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2차 상장 기업은 1차로 상장한 증시에서 퇴출될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공시해야 한다. 홍콩거래소는 실제 퇴출 시 이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하지만 홍콩 이중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유예기간도 지나가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 정지 등을 조치할 수 있다.
◆실제 사례는
사유는 조금 다르지만, 미국과 홍콩에 이중으로 상장해 있던 종목이 미국에서 강제로 상폐가 된 후에도 홍콩에서 잘 거래된 사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20년 11월 뉴욕과 홍콩에 이중상장돼 있던 중국 통신 3사가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기업이라고 지정하고 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인 투자 금지는 곧 상장 폐지를 의미한다.뉴욕증권거래소, NYSE가 작년 1월초에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까지 통신3사 주가가 폭락했다. 그리고 5월에 NYSE에서 최종 되출됐다. 홍콩증시에선 여전히 거래가 지속됐다. 주가도 일부 회복했다. 그중에 차이나모바일은 상하이에도 상장해서 자금도 조달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