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엔 확진자 급증, 올해는? "감소세에 큰 영향 없을 듯"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세 돌아갈 것"
"고위험군 보호 중요…모임 자제하고 의심증상 있으면 바로 검사"
'코로나19 여름 재유행'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유행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시간·인원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없는 명절이어서 이동량과 모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량 증가는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일 방역당국도 추석 연휴 이후에 코로나19 유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명절 연휴에 대규모 이동과 대면 접촉 증가 등이 (유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방역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에도 연휴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휴(18∼23일) 직후인 25일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3천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12월 등장하기 전, 1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던 '4차 유행'이 진행되던 시기였기에 3천명대 확진자는 충격에 가까운 수였다.

당시 질병청장이던 정은경 전 청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최악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언급할 정도로 방역 긴장감이 컸다.

이후 10월 초까지 2천명대 확진자가 유지되는 등 추석 여파는 2주가량 이어졌다. 올해도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어린이날, 광복절 등 짧은 연휴가 지나간 직후에는 밀렸던 검사 건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늘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 추석은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

BA.5 등 오미크론 세부변이가 주도하는 재유행이 진정돼 감소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10만명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정점 구간에서는 하루 10만∼18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연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셈이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획득한 면역력이 시간이 지나 감소하고는 있지만, 지속해서 유행이 반복되면서 높은 수준의 면역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석 연휴 이동 증가로 유행 규모도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겠지만 새로운 유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연휴 후 1주 정도는 확진자 증가 경향을 보일 수 있으나 '더블링'처럼 급격한 증가세는 아니고 지금의 감소세가 정체되거나 유행이 약간 커지는 정도일 것"이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감소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연휴 기간에 고위험군을 잘 보호하는 것이라고 엄 교수는 강조했다.

현재도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양병원·시설은 접촉 면회가 제한됐지만, 집에 거주하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되도록 대규모 가족 모임을 삼가는 것이 좋다.

가족들은 고위험군의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동이나 모임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질병청도 "고향 방문을 계기로 60대 이상 고연령층을 포함한 고위험군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명절에도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방역수칙 준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경우에도 여행 중 손 씻기, 유증상자 접촉 자제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지나 겨울에 새로운 유행이 찾아온다는 전망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는 12월, 늦으면 내년 3월께 중규모의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면역과 접종률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유행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엄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규모는 아닌 크고 작은 유행 반복될 것"이라며 "계절성 질병이나 엔데믹으로 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