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배운 恨 푸니 인생 봄날"…문해교육 학습자 50만명 넘어

지난해 7만6천명 참여…평생교육 활성화로 프로그램 확대 전망
"평생 글 모르는 애벌레 시절과 번데기를 거쳐 예순여덟에 한 마리 나비가 되었네…글 향기에 퐁당 빠진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던 예장옥(75)씨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용기를 내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과 결혼 생활은 겨울처럼 춥고 혹독했지만, 선생님의 칭찬 속에 글을 배우니 인생에 봄날이 찾아온 기분이었다.

예씨는 글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의 삶을 '내 인생 최고의 봄날'로 표현한 작품으로 올해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인 '글꿈상'을 받았다.
예씨처럼 '문해(文解)교육'을 통해 뒤늦게 글을 배운 학습자가 50만명을 돌파했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56만2천936명으로 집계됐다.

문해교육은 문자를 읽고 쓰는 방법과 셈하는 법 등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06년 이후 정부는 평생교육법에 지원 근거를 만들어 문해교육을 체계화했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투자를 늘려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덕분에 시행 첫해 2006년 1만4천668명이었던 문해교육 학습자는 지난해 7만6천50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문해교육에 참여한 이들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가 46%로 절반에 달하고, 80대 이상도 24%나 됐다.

60대는 22%였다. 어려서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딸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들어서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업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다.

일정 시간 이상 문해교육을 받으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학력을 인정받은 이들도 2011∼2021년 1만9천690명에 달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의 성인은 18세 이상 인구의 4.5%인 200만1천40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농산어촌 거주자 가운데는 8명 가운데 1명꼴(12.1%)로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중장년층의 디지털 문해교육이 활발해지는 등 평생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야학이나 복지관, 지역도서관 등 프로그램 운영기관이 다양해지면서 문해교육 참여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와 지자체, 시·도 교육청이 담당할 역할을 정비하기 위해 올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등 문해교육을 확대할 방안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