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소상공인 무료 지원 내놓는 IT업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배달 전문 족발집은 올해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른 배달 전문업체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매출이 월 500만원 더 올랐다.

KT의 무료 상권분석 서비스 '잘나가게' 데이터를 토대로 매장 근처 대신 20~30대 주거지역과 근처 대학 위주로 매장 홍보를 강화한 결과다. 서울 노원구의 한 파스타 전문 가게는 가게 주 고객층인 10~20대 고객 외에도 30대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메뉴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우리가게패키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상권분석 서비스를 통해 분석해보니 자신의 월 매출은 주변 동종업종 매출 평균인 4천만원에 가까웠지만, 상권 내 상위 10%는 이런 손님층을 공략해 매출이 2배 많은 것을 확인하면서다.
IT업계가 제공 중인 무료 소상공인 지원 기술을 활용하면서 상권분석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소상공인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10일 KT에 따르면 잘나가게는 2020년 12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3만3천명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잘나가게는 이용자가 가게 정보를 등록하면 주변 상권 데이터를 분석해 유동 인구의 성별, 연령대, 요일, 시간대 분포도를 보여준다.

같은 동네, 같은 업종의 가게 매출액과 최근 1년간 매출액 변화 추이를 토대로 영업 전략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잘나가게에 가입한 소상공인은 외식업이 64%로 가장 많고 서비스업 25%, 도소매업이 11%로 뒤를 이었다.

KT는 가게에 전화한 고객들의 속성을 분석해 제공하는 '유선통화분석' 서비스를 새로 출시하고 주변 부동산 정보 분석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올해 5월 소상공인 재도약 지원 특화 상품 '우리가게패키지'를 출시해 앱에 가입하기만 하면 상권분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권의 월평균 매출액과 월별·요일별·시간대별 매출 변화를 그래프로 제공한다.

지역 내 생활하는 소비인구 정보와 배달 플랫폼별 이용 비율 등 배달시장 공략 정보도 제공한다.
카카오는 전통시장 상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우리동네 단골시장'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는 전통시장에 디지털 튜터를 상주시켜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6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13일까지 참여할 전통시장 10곳을 추가 모집한다.

소상공인이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30만원 상당 채널 메시지 발송 비용을 지원하는 '소신상인 지원 혜택'도 올해 연말까지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 모집을 시작해 31일까지 1만7천명이 참여했고 누적 지급액 50억 원을 넘겼다.

카카오 관계자는 "치킨집에선 영업 끝날 때쯤 단골에게 싸게 가져가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든지, 과일 가게는 제철 과일이 들어오면 소식을 알리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6년 소상공인과 창작자 성장을 돕는 '프로젝트 꽃'을 시작으로 꾸준히 소상공인 대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교육 플랫폼 '비즈니스 스쿨'을 지난해 9월 열고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힘입어 네이버에 가게 정보를 등록하고 예약·주문 등을 받을 수 있는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를 등록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15만개로 늘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플레이스에 등록하기 어려워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메뉴판이나 간판 정보 등을 찍어 보내주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런 소상공인 무상 지원을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한 갈래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련 사업으로 매출을 내기보다는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 쪽에 우선 방점을 찍는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들을 플랫폼에 안착시키고 빅데이터를 쌓음으로써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틈새시장'을 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 분야는 아직 수익 모델을 찾기보다 ESG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집중하는 편"이라면서도 "소상공인이 디지털 전환에 익숙해지고 플랫폼에 모이게 되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