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이라도 올려 다행"…포항 대송면 이재민들 합동 차례

포항시에서 제수 및 차례상 마련…복지회관서 30여 명 함께 해

"문어는 어딨지?", "뒤쪽에 놨습니다. "
10일 오전 7시께 경북 포항시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서는 한가위를 맞아 합동 차례상을 차리느라 이재민들과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30여 명의 이재민들은 비록 조상들의 신위는 못 모셨지만, 각종 전, 나물, 고기, 과일 등 23가지 제수가 올려진 차례상에 번갈아 가며 잔을 올리고 함께 절했다. 집에서 복구작업을 하다 회관에 잠시 들러 진흙 가득한 옷차림이지만, 정성스레 차례상에 잔을 올린 정해수(85) 씨는 공무원들에게 연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이렇게 술잔이라도 올려서 다행이다"며 "지금 집에는 제기도 다 쓸려내려 갔고 차례를 지낼 방법이 없어 막막했는데 정말 다행이다"고 했다.
절을 하고 일어선 김영남(79) 씨는 "불편하지만, 차례는 이렇게라도 지내니 그나마 됐고 오후에는 가족들이 다 함께 성묘는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송면은 이번 태풍 피해가 심한 곳 중 하나다.

나흘간의 복구작업 끝에 집마다 겨우 물에 젖은 가재도구는 모두 끌어냈다. 하지만, 골목마다 뒤엉킨 침수피해 차량은 아직 정리가 안 됐다.

전기, 가스, 수도 등도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탓에 복지회관에만 현재 75가구, 100여 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전날 포항시는 대송면 이재민들에게 합동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어떤지 물어보고 대부분 주민이 원하자 이날 복지회관에 합동 차례상을 마련했다. 합동 차례를 올린 조병우(65) 씨는 "마련해둔 제수도 모두 못쓰게 되고 가족들과 함께하지도 못해 마음이 안 좋지만, 그래도 잘 차려진 제수에 합동 차례를 지내니 마음이 그나마 안정된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