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생텀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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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최근 태풍이 만든 물난리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물과 불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을 거스르면 예상치 못한 무서운 재난을 당하게 된다. 영화<생텀(Sanctum), 2010>에서 거대한 해저 동굴을 탐험하던 대원들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당황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맞게 된다. 삶은 준비 안된 여정이기에 거대한 자연환경 앞에서 보다 겸손하고 서로 협력하며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서로 갈등하고 공격하면서 죽음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영화 줄거리 요약>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땅을 탐사하는 프랭크(리차드 록스버그 분)는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어둡고 거대한 동굴로 들어간다. 성스러우며 경이로운 매력을 간직한 동굴에서 새로운 통로를 발견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열대 폭풍에 지상으로 통하는 길이 막히고 밑도 끝도 없는 미로의 지하 물길을 더듬어 바다로 연결된 통로를 찾아 탈출해야만 하는 공포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면서, 줄어드는 비상식량과 부족한 산소, 꺼져가는 조명, 그리고 서로 간의 불신은 대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A. 생텀이라 불리는 동굴은 어떤 곳인가?
탐험대는 남태평양의 솔로몬해에 위치한 해저동굴 '에사 알라'라는 동굴을 탐험한다. 생텀(성스러운 장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옛날 영국 낭만시인 테일러 콜리지의 미오나성의 시<쿠빌라이 칸>에 "쿠빌라이 칸은 도원경에 웅대한 아방궁을 지으라고 명했다. 그곳에 인간이 알 수 없는 끝없는 동굴을 통해 성스러운 알프 강이 태양도 미치지 못하는 바다로 흘러간다"라며 인간이 추구하는 미지의 땅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마법사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용하는 3곳의 성소인 뉴욕, 홍콩, 런던 생텀이 등장한다.
B. 어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가?
백만 년 동안 스며든 빗물이 암석을 용해시켜 바다로 이어지는 미로를 형성한 '에사 알라'라는 전인미답의 거대 동굴 탐험대를 다룬 조난 영화는 각본가 앤드류 와이트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1988년 14명의 탐험대를 이끌고 호주 남부 널라버 평원의 지하 동굴 탐사 중 발생한 돌발 폭우로 동굴의 입구가 폐쇄되면서 목숨을 걸고 출구를 찾아 2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실화이다.
C.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경우들은?
@잠수장비의 준비 미흡: 프랭크와 같이 동굴 내 새로운 통로를 찾던 쥬디스는 산소통이 끼이면서 망가졌고 프랭크가 자신의 산소통을 공급했지만 보조 산소통이 없어 결국 익사한다.
@악천후로 인한 사고: 폭풍우로 동굴 탈출 시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으로 바위가 무너지며 입구가 막히고 떨어진 돌에 또 한 명의 대원이 깔려 죽는다.
@잠수병의 위험: 일행 중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죠지는 잠수병이 깊어져 피를 토하게 되고 결국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목숨을 끊는다.
@아마추어적인 무모함: 거대 위험이 도사리는 무서운 동굴을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생각하고 준비 없이 달려들던 칼과 빅토리아 커플은 결국 큰 위기에 직면한다.
D. 준비 안된 사람들의 종말은?
다수의 생존을 위해 냉혈한이 되기를 자처하는 탐험대장 프랭크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반항하는 젊은 혈기의 아들 죠쉬는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를 치명적 위험과 처절한 사투 속에서 아버지의 의도를 이해하고 협력하게 되지만 자만심에 빠진 칼과 빅토리아 커플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빅토리아(칼의 약혼녀로 아마추어 탐험가):잠수를 위해 죽은 대원의 잠수복이라도 입으라는 프랭크 대장의 말에 "난 죽은 사람을 다시 얼어 죽게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결국 저체온증에 걸려 약혼자 칼이 옷을 벗고 맨몸으로 체온을 회복시켜 주지만 컨디션 회복을 못한 상태에서 로프로 건너다가 긴 머리칼이 체인에 끼자 칼로 머리칼을 자르려다 로프를 잘못 잘라 머리 가죽이 벗겨지며 물속으로 떨어져 죽고 만다.
@칼(탐험대 활동에 재미로 투자하는 경솔한 투자자): 약혼녀 빅토리아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남은 산소통을 훔쳐 탈출하다가 실패 후 프랭크와 마주치자 음식을 요구한다. 이를 거절한 프랭크를 때려 중상을 입히자 자괴감에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삶을 포기하고 만다.
E. 죠쉬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상황은?
평소 냉정한 탐험가였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경원시하던 죠쉬는 칼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아버지가 자신을 편하게 죽도록 도와달라고 하면서 "넌 나보다 생존본능이 더 뛰어나, 동굴을 믿고 나아가면 강으로 나갈 수 있어.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용기를 주자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준 후 남은 산소통으로 탈출하지만 산소가 떨어져 포기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죠슈아 멈추지 마!"라는 아버지의 환청을 듣고 마지막 힘을 다해 헤엄쳐 마침내 동굴 위로 탈출에 성공한다.<에필로그>
심연의 동굴 속,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면, 평소의 정의와 의리 그리고 인간애라는 가치관은 급속도로 변질된다. 어둡고 폐쇄된 지하 동굴 해저로부터 생명이 보장되지 않는 무모한 탈출의 여정에 믿음과 신념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협력하고 배려하면서 같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함은 필수사항이다. 반지성적인 오해와 갈등으로 깊은 태풍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세상의 권력자들이 더 늦기 전에 미래를 향한 슬기로운 삶의 길을 함께 찾아 나가길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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