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온가족 모인 추석…"오랜만에 얼굴 보니 반가워요"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친척들 다 모여 차례 지내고 성묘"
코로나19로 모임 규모 줄이거나 고물가·태풍 피해에 귀성 포기하기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맞은 10일 시민들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거나 재충전 시간을 보내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명절을 즐기는 모습이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30대 김모 씨는 "거리두기 기간에는 우리 집 식구끼리 조촐하게 차례를 지냈는데 이번에는 다른 친척들도 모두 함께하기로 했다"며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니까 통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명절만큼은 얼굴을 볼 수 있어 좋다.

다 같이 모이는 모습에 어른들도 흐뭇해하신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 부모님을 뵈러 간 20대 조모 씨도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3년 만에 친척들과 성묘하러 가기로 했다"며 "간만에 전도 부치고 음식 냄새도 나니까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했다. 송모(28) 씨는 "친할머니가 올해 구순이시기도 해서 친가 가족들 스무 명 정도가 다 모였다.

코로나19 전에 마지막으로 모였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이라며 웃었다.

경북 청도의 할머니 댁을 찾은 김모(28) 씨는 "친척들 모두 모여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코로나 감염 걱정에 다 같이 본 적이 없었는데 3년 만에 모였다. 오랜만에 사촌 동생들을 만나 반갑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작은 규모로 가족 모임을 갖거나 친구,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인천에 사는 김모(29) 씨는 "원래 친척들 모두 모여 차례를 지냈었는데 자연스럽게 코로나를 계기로 각자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굳어졌다"며 "아무래도 명절의 의미가 과거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28) 씨는 "가족들과 어제 시간을 보냈고 오늘은 여자친구와 서울 근교에서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며 "연휴에는 지방으로 차가 다 빠져나가니 도로가 한적해서 놀러 다니기 좋다"고 했다.

최근 고물가 상황과 태풍 '힌남노' 피해로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경기 용인에서 남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1) 씨는 명절 때마다 경주의 부모님 댁을 찾았지만, 이번 추석에는 귀성을 포기했다.

정씨는 "기름값과 외식비가 너무 올랐고 거기에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까지 더하면 못 해도 100만원은 지출해야 한다.

집에 가려면 가게 문까지 닫아야 해 손해가 크다.

부모님께는 죄송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고향이 포항인 이모(32) 씨는 "다행히 부모님 집은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외곽은 태풍으로 인해 도로 곳곳이 끊기고 시내 도로도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극구 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