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치 잡아라"…아트테크 강화나선 금융사
입력
수정
지면A15
2030 아트테크 열풍에 주목지난 5일 서울 삼성동 하나은행 플레이스원에서 열린 미술품 전시회.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에도 전시회를 찾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쿠사마 야요이, 장 미셸 오토니엘, 케니 샤프, 김창열 등 유명 현대미술 작가의 컬렉션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체 전시회 열어 미술품 판매
조각투자 통해 투자자 유치도
하나銀 '프라이빗 아트페어' 개최
신한카드·삼성카드·농협銀도 가세
도슨트의 해설이 끝난 오후 5시, ‘관계의 단절과 회복’을 주제로 한 최재용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관람객들은 공연 소품과 무대를 촬영하며 퍼포먼스를 즐겼다. 오토니엘의 작품 등 고가의 미술품이 30대 자산가의 손에 들어가기도 했다.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한 금융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체 전시회를 열어 직접 작품을 판매하거나 조각투자를 통한 투자자 유치에 나서는 금융사가 잇따르고 있다.
2030 자산가 유치 경쟁 치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대화의 순간’을 주제로 ‘하나 프라이빗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국내외 미술 거장 10명과 신진 현대미술 작가 11명의 작품 50여 점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지난 7월 1회차 아트페어 때는 아트뱅크 특화 클럽원(Club1) 프라이빗뱅커(PB) 센터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독점 전시회를 열었다.관람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나은행은 2030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를 반영해 ‘프라이빗 아트뱅킹’과 이를 바탕으로 한 미술품 담보대출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자산관리지원부 관계자는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의 전용 커뮤니티인 ‘하나 아트클럽’에만 400여 명의 회원이 모였다”며 “특히 20~30대 자산가의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하나은행은 올 4월부터 ‘파인 아트 신탁’ 상품 유치를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조각투자 대상인 미술품을 신탁재산으로 수탁하고, 투자자 모집 및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올 하반기에는 을지로에 ‘은행 수장고’ 공간을 만들어 고객 소유의 미술 작품을 보관하고 전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술시장 2.8배로 성장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경매시장 3280억원, 화랑 4400억원, 아트페어 1543억원 등을 합쳐 약 92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291억원)보다 2.8배 늘어난 수치다. 미술시장의 성장세에 금융회사들은 미술품 투자와 구매에 관심 있는 젊은 자산가를 공략하기 위한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서울옥션과의 협업으로 금융 플랫폼 ‘신한플러스’를 통해 디지털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신한카드는 사내 벤처 ‘아트플러스’를 만들어 자체 미술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더프리뷰 한남’ 전시회를 시작으로 올해 4~5월에는 ‘더 프리뷰 성수’를 열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온·오프라인 미술품 판매도 병행했다.농협은행도 지난 3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조각투자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각투자는 미술품 등 고가의 실물자산을 복수의 투자자가 자금을 공동 투자해 소유권을 나눠 갖는 형태의 투자 방식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2022’에서 별도 미술품 판매 부스를 운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미술시장 활황으로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미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연계 상품이나 전용 서비스를 내놓는 금융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