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답 거부' 기업에 과태료 올리겠다는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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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통계 전략 계획 논란통계청이 사업체 대상 통계 조사에서 불응 기업의 과태료를 올리고, 과태료 부과·징수를 전담할 '불응대응팀'을 신설하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 조짐이다. 앞서 2019년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서 조사 불응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강압 조사'라는 반발이 일고 정치 쟁점화까지 됐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2022년 사업체통계 중심 비대면조사 중장기 발전전략 이행계획'에 따르면 통계청은 과태료 부과와 징수, 사후관리(행정심판, 소송 대응 등)를 위한 '불응대응팀' 설치를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오는 2024년 3월까지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불응 기업에 대한 과태료를 올리고, 기업 규모별로 과태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향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계청은 사업체 대상 광·제조업, 기계수주, 건설경기, 온라인판매, 서비스업 동향 조사에 대해선 2028년까지 90% 이상 비대면 조사로 전환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가 통계 작성 과정에서 조사 불응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은 1962년 제정된 통계법(당시는 벌금)에 명시돼 있다. 통계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통계청은 조사에 불응한 사업체에 대해 불응 횟수에 따라 50만~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업체는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은 조항이다.
통계청은 보고서에서 "경제 규모 확대와 외국계 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과태료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규모 사업체 등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과태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통계청이 응답을 설득하고, 불응 대상처를 확정하는 시기는 현행 3~6개월에서 '3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도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서 불응자에게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조사 대상자는 물론 야당까지 반발하고 나서 정치 쟁점으로 번졌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나서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라며 "(통계청의 과태료 부과 방안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통계 작성에 나서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은 관료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결국 통계청장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진화됐다.
통계청은 "과태료 상향은 내부 논의 사항일 뿐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불응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보다 어떻게 하면 호응을 잘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통계청 조사기획과장은 "과태료 규정이 통계법에 들어간 지는 오래됐지만 1년에 과태료를 부과받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며 "내부 인력 낭비와 복잡한 절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지, 영세한 기업까지 과태료를 매기겠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