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기강잡기 "4년 같은 넉달…어디서 짱돌 날아올지 몰라"

첫 전직원 조회서 보안·리스크 관리 당부…"여러분 모두 대통령이 돼라"
"다섯번째 근무, 이렇게 여건 나쁜 적 없었다" 심기일전 독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강당에서 전 직원이 참석하는 조회를 열었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한 달가량 대대적으로 이뤄진 인적 개편을 마무리하고 2기 대통령실을 새로 시작하면서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자리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통령실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이날 조회는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13분까지 40여 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실장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공직자로서 국민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 달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에서 행정관, 선임행정관, 1급 비서관, 차관급 수석비서관, 장관급 실장을 두루 거친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근무가 다섯 번째인데, 이렇게 여건이 나쁜 적이 없었다"며 경제 위기와 여소야대의 정치적 환경을 함께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여기 어공(어쩌다 공무원)도 있고 늘공(늘 공무원)도 있는데, 각자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며 "국정 운영에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실장은 또 "눈에 보이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라며 "어디서 '짱돌'이 날아올지 모르니 항상 철저히 리스크를 점검해달라"라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넉 달이 "꼭 4년 같았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내부 정보를 유출해 적발되거나 업무 역량이 달리는 일부 직원이 주로 인적 개편의 대상이 됐다면서 "위축되지 말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당시 대통령실을 개편하면서 '기회는 드릴 수 있지만, 보장은 해줄 수 없다'고 한 발언을 재차 인용,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특히 "나보다 기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라며 보안에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국정홍보를 위한 적극적인 외부 접촉은 장려했다.

전 직원의 정무·홍보 감각 겸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대한민국'을 선창하고, 직원들이 '파이팅'으로 화답하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김 실장은 조회를 마치고 강당을 떠나면서 '오늘 제일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분 모두 대통령이 돼라'고 했다"고 답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대선 당시) '내가 대통령이다', '내가 윤석열이다' 캠페인을 하지 않았나"라고 거들었다.

대통령실 직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자는 독려로 해석됐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다음에는 대통령도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대통령과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통령실의 상시 조직 개편을 예고했던 김 실장은 그동안 390여 명 규모의 비서실을 300명 초반대로 대폭 축소하는 인적 개편을 주도해왔다.

정책기획수석 신설과 새 홍보수석 영입을 시작으로 비서관급 중폭 교체, 행정관급 50여 명 물갈이 등 강도 높은 개편이 이뤄졌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전날까지도 정책기획수석 직함을 국정기획수석으로 바꾸고, 홍보수석실에 속해 있던 국정홍보비서관을 국정기획수석실로 옮기는 세부 조정이 있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세 조정은 계속 있겠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개편은 일단락됐다"며 "오늘 조회는 심기일전하자고 의지를 모으는 의미였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