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모처럼 웃었지만…"랠리는 내년에나"

삼성전자, 두달 만에 4%대 상승
업황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져
반도체주가 오랜만에 날아올랐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은 모양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반도체주 랠리가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삼성전자(4.50%)와 SK하이닉스(4.87%) 등 반도체주는 전 거래일 대비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 것은 7거래일 만이다. 상승률이 4%를 넘은 것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이다. SK하이닉스도 2개월 만에 5%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증시가 물가고점론 속에 상승세를 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5일간 5.2% 올랐다.투자자들은 아직 웃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이달 하락분도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5만97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5만5600원)까지 6.8%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주가는 9만48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지만, 지난달 말 종가(9만5200원)를 밑돌았다.

투자자들은 반도체산업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초 약 7246원이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하반기 내내 하락해 이달 8일 5842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에야 반도체주가 본격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다운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 순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내년 초 이후 정상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