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셀트리온…ADC·이중항체 도전장

하반기 '베그젤마' 유럽 출시
1~2년내 英익수다 1대 주주로
이중항체는 VC 등과 사업 검토

"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셀트리온만의 색깔 찾을 것"
셀트리온 관계자들이 지난 9일부터 5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부스 방문자들에게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베그젤마’의 임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남정민 기자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항암제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는 등 포트폴리오도 강화하고 있다.

ADC·이중항체로 영역 확장

13일 폐막한 유럽종양학회(ESMO) 학회장에서 만난 김성현 셀트리온 의학본부장은 이전과는 다른 셀트리온만의 ‘색깔’을 찾고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며 쌓은 자금력과 연구 역량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ESMO는 지난 9일부터 5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셀트리온은 우선 ADC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ADC는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으로 삼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는 기술이다. 항암 신약에 주로 적용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4700만달러를 투자해 영국 ADC 개발사인 익수다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 본부장은 “1~2년 안에 익수다의 1대 주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분 투자를 통해 ADC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중항체 분야도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다.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며 “5~6개 전담팀을 가동 중인데 한 달에 100건 안팎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구자, 교수, 벤처캐피털(VC)과 손잡고 회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연내 유럽 출시

셀트리온은 내년 초 미국 직판을 앞둔 로슈의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인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12일(현지시간) ESMO에서 포스터 발표로 공개했다. 이번 임상 3상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689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아바스틴의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1로 봤을 때 베그젤마의 유사도는 각각 0.92, 0.95로 집계됐다.

회사 관계자는 “베그젤마는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에 이어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항암제”라며 “다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출시가 늦었지만 원가 경쟁력과 직접 판매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베그젤마는 지난달 유럽지역 판매 허가를 받아 연내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직접 판매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아바스틴 시장 규모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유럽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추산된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중”

셀트리온은 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글로벌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는 올 상반기에만 13조원어치가 팔렸다. 김 본부장은 “2029~2030년 출시를 목표로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물질도 개발하고 있다”며 “적어도 향후 10년간 캐시카우 역할을 할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임상 3상 중인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개(CT-P43·CT-P47), 안과질환 치료제 1개(CT-P42), 천식 및 두드러기 치료제 1개(CT-P39), 골다공증 치료제 1개(CT-P41) 등이 있다.

파리=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