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인생을 망치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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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저들은 왜 만난 걸까? 서로 대화를 나눌 마음은 있는 걸까?”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커피를 시켜 놓고 모두들 각자의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즘의 전화기는 단순한 “통화를 위한 기기(器機)”가 아니라 카메라, 인터넷, 문자 대화, 전자 독서 등 아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생활필수품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하다고 하는 전화기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듯 합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일을 하는 건지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하여간 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인터넷보다 종이신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주말에 서점을 가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책을 살펴 보고, 목차를 뒤적인 후에 책을 사는 게 상식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인터넷에 올라 온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고 인터넷에서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그 책을 훑어 보았더니 읽을 거리가 없었습니다. 출판사들의 농간에 독자들이 속는 건지, “그런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수준이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영문 서적이나 외신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뒤져봅니다. 간단한 해석이나 몇 개의 예문만 나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숙어나 특수한 경우의 예문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어사전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지만, “요즘 누가 사전을 찾아요?”라는 반문이 되돌아 옵니다. “그래서 문해력(文解力)이 약해진다.”고 얘기하려다가 참았습니다.
“여보게, 요즘은 뭐가 유행인 줄 아는가?”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유행이 옳고 그름을 떠나, “가볍고 쓸모 없는 유행”을 별로 따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행을 따라 가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겉을 꾸미는데 낭비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입니다.내용도 없는 “4차 산업 혁명, 메타 버스, 개더타운, 인공지능(AI)”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으며, 인공지능(AI)이 소설을 쓴다는 거짓말은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게 또 뉴스거리라고 떠들썩한 언론도 우습기만 합니다. 차라리 그럴 시간이 있으면, 쓸모 없이 쳐 박아 두었던 러셀의 “서양철학사”나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겠습니다.
아침마다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읽고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게 촌스러운지 모르겠지만, 촌놈 같은 꼰대라도 좋습니다. 신문이나 책이나 종이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 싶은 겁니다.,
“피로 쓰지 않은 글은 글이 아니다.”라고 니체는 말했습니다.인공지능이 피를 흘리면서 소설을 썼을까요?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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