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도 미 소비자 물가 안잡히는 이유는?

1년간 6.3% 오른 임대료가 최대 원인으로 꼽혀
식품가격 1년새 13.5% 급등도 원인

8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CPI) 지수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식품과 임대료 등이 오르면서 작년 8월보다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장과 경제학자들이 8월 CPI가 전달보다 0.1% 낮아지고 연율로 8.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온 것과 비교해 높은 CPI수치는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로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헤드라인 CPI만큼 주목한 핵심 CPI가 특히 문제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는 한달 사이 0.6%p 상승해 연율로 6.3% 상승을 기록했다. 월가가 예상해온 0.3%의 두 배에 달한다.

핵심 소비자물가에는 임대료, 의료등 서비스 물가가 포함된다. 특히 임대료가 한달 사이 0.7% 높아지면서 1년간 6.3%나 오른 것이 핵심 CPI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폭은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연준도 임대료 상승을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여도 임대료는 단시일내에 하락세로 돌아서기 어려워 당분간 핵심 CPI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식료품 가격도 문제다. 식료품 가격은 지난 달 다시 급등해 지난 1년 간 13.5% 상승했는데, 이는 1979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여기에 전염병 기간 동안 가격이 안정화된 의료 비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1년간 의료비는 5.4% 증가해 역시 199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항공사 운임과 중고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항목의 가격이 지난달 올랐다.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전 10년간 연평균 2% 미만 상승 추세를 유지해왔다.

연준이 주시해온 8월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다음주에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75bp(베이시스포인트) 인상이 유력해졌다.

11월부터는 50bp 인상으로 완화되기를 예상해온 시장 전문가들은 임대료 등 핵심 CPI가 잡히지 않을 경우 11월에도 75bp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