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활비 늘자 저축 줄었다

은행예금 잔고 4년 만에 감소

올 2분기 3700억弗 줄어들어
인플레에 가계 살림살이 팍팍
금리 높은 채권으로 이동 영향도
미국 은행의 2분기 예금이 4년 만에 감소(직전 분기 대비)했다. 이 기간 예금 감소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으로 미국인이 저축을 인출해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자국 내 은행에 예치된 예금 액수가 2분기 말(6월 말) 19조5630억달러로 직전 분기(1분기 19조9320억달러)보다 약 3700억달러(약 514조원) 줄었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은행 예금 액수가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2018년 2분기 이후 4년 만이다.

미국인의 저축 여력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최근 2년 동안 미국 가계 등의 예금액은 5조달러가량 급증했다. 지원금이 종료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인은 저축을 인출해 생활비를 충당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미국 국채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은행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3.422%로 오르며 올해 최고점에 근접했다.안전자산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예금 대신 국채 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연간 예금이 올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경제학자의 의견을 인용해 예금액 감소가 미 Fed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금액이 줄어들면 은행들이 Fed에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금도 감소한다. 지급준비금이 줄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Fed의 예상보다 예금 감소 속도가 빠르면 Fed가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