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피해 큰데 정상 가동만 부각" vs "상황 숨길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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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책임 진실공방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을 49년 만에 중단시킨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원인과 복구 상황 등을 놓고 정부와 포스코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태풍 피해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특히 포스코가 피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피해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칼끝이 포스코 지배구조 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부, 예정에 없던 브리핑
"예보 있었는데도 피해 커져
복구 최대 6개월 걸리는데
고로 정상가동 사실만 강조"
포스코 "불가항력 상황"
"새벽 500㎜ 폭우에 속수무책
의도적 피해 축소 있을수 없다"
"경영진 개편 겨냥한 것" 해석도
○대비 부족으로 인한 ‘인재’라는 정부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4일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 회의에 앞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한 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차관급 브리핑 계획이 1주일 전에 전달되는 것과 달리 이번 브리핑은 전날 오후 늦게서야 공지됐다.산업계는 정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특정 기업을 지목해 왜 피해가 발생했는지 따져보겠다는 점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포스코에 책임을 묻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사하겠다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포스코는 태풍에 철저하게 대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힌남노 상륙 예정일인 지난 6일 하루 조업을 중단하고 폭우에 대비해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안전시설물 점검 등에 나섰다. 하지만 6일 새벽 최대 5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데다 시점이 포항 앞바다 만조 때와 겹치면서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했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피해 규모 놓고서도 이견
산업부는 포스코가 제철소 피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실제 제품 생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는 등 피해가 엄청난데도 포스코 측에서 모든 고로를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만 일부러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부터 포항제철소 2·3·4고로 3기는 모두 정상 가동 하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 라인은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산업부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포스코의 피해 규모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장 차관은 “포스코 열연2공장은 최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고 스테인리스 등 다른 부분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정상화에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제철소 정상화에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에 매일 보고하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축소 보고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부가 밝힌 ‘6개월’이라는 정상화 기간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공정 재가동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하 시설물에 진흙을 빼내야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월이란 기간이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업계에선 정부의 이례적인 태풍 피해 조사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태풍 피해는 중장기적으로 포스코 지배구조와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후보로 결정됐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포항시와 발맞춰 최 회장 교체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장 차관은 이강덕 포항시장의 대구 달성고 후배다. 산업부는 “태풍 피해 조사는 포스코 지배구조 교체와 어떤 연관도 없다”고 해명했다.
경제계에서는 태풍 피해자인 포스코를 대상으로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보겠다는 것 자체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포스코에 대해 9.25% 지분을 갖고 있지만 정부 지분은 없다.
강경민/김익환/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