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건축] 물과 빛과 하늘의 건축…日 나오시마 오벌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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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일본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다. 이곳은 원래 어촌이었다. 산업화와 함께 구리제련 공장이 들어오며 공업지대가 됐다가 1960년대 이후 오염된 섬으로 버려졌다.
3900명이 사는 작은 섬은 2000년대 들어 한 해 20여만 명이 찾는 세계인의 명소가 됐다. 출판기업 베네세가 1989년부터 시작한 아트 프로젝트는 나오시마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 꿈을 실현한 중심에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었다. 안도는 베네세하우스뮤지엄, 오벌호텔, 지중미술관 등을 지어 건축과 자연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건축 철학을 풀어냈다. 1992년 완공한 베네세하우스뮤지엄은 건물의 절반 정도가 땅에 묻혀 있다. 섬의 지형을 바꾸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 석축으로 섬 속의 미술관을 완성했다.나오시마 섬 예술 기행의 백미는 오벌호텔이다. 1995년 완공된 이 호텔은 객실이 단 6개. 산악 모노레일을 타고서만 갈 수 있다. 건물 자체가 둥근 타원형 수조 형태여서 위에서 보면 바다와 땅의 경계에 액자가 낀 것처럼 보인다. 본관보다 40m 높은 곳에 지어진 별관 ‘오벌’엔 물의 정원이 있다. 지름 20m에 달하는 중정 한가운데 연못이 있어 건물 밖 계절의 풍경과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 마치 수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섬의 일부인 것처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