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욱 회장 "효과 좋은 아토피 신약 잇따라…환자 삶의 질 크게 개선"

인터뷰 - 손상욱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장

생물학적 제제·JAK 억제제 등
스테로이드 연고와 함께 활용
부작용 작고 가려움증 완화
교차처방 허용·건보 적용 필요
“아토피 피부염 치료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돼 환자 증상이 개선되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죠.”

손상욱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장(사진)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좋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가 많이 출시돼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며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 올바른 치료 전략에 따라 치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 신약 개발돼 치료 효과 개선

고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인 손 회장은 피부과 전문의 385명으로 구성된 아토피피부염학회를 이끌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유아기에 시작되는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98만7000명(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증상은 가려움증, 피부건조증, 습진 등이다. 상당수는 돌 무렵이나 유치원 입학 무렵, 사춘기 직전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성인이 돼 고통을 겪는 환자도 많다.

환자 대부분이 소아 청소년기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학습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려움증 탓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이어진 환자들은 병변이 얼굴, 목, 손 등에 많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과거 중등증 이상의 환자는 10년 넘게 다양한 치료를 해도 차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야 한다는 것도 걱정거리였다.하지만 듀피젠트 등 인터루킨(IL)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가 출시되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한층 덜어주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애브비, 릴리 등에서 출시한 JAK 차단제 계열의 먹는 치료제도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약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는 새 IL-13 타깃 제제인 트랄로키누맙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만성손습진 Pan-JAK 억제제인 델고시티닙도 선보일 예정이다.

손 회장은 “새로 출시된 좋은 치료제와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함께 활용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며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크지만 전문의 처방에 따라 적당히 사용하면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 혜택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JAK 억제제는 심혈관계 부작용 우려 탓에 미국 등에서 일부 고위험군 활용이 제한됐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 상당수가 소아 환자지만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 각 치료제 간 교차 처방이 막혀 있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손 회장은 “JAK 억제제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허가받기 전에 류머티즘 치료제로 활용되던 약이다 보니 당시엔 고령 환자가 많았다”며 “아토피피부염은 환자가 주로 젊은 층이다 보니 부작용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보험 확대에 대해선 정부도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소아 환자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 신약 출시가 이어지면서 유럽 의료계 등에선 환자 치료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꾸고 있다. 유럽피부과가이드라인은 최근 새 IL-13 억제제와 JAK억제제 등을 표준치료법으로 인정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도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다. 새로 나온 신약을 빠르게 가이드라인에 편입해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바이오마커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손 회장은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도 사람마다 치료 반응이 다르다”며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학회에서 연구단을 꾸렸다”고 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토피피부염 전문가가 한국에 모이는 ‘국제아토피피부염서밋(IASS) 2022’를 아시아 최고 학회로 만드는 것도 목표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출시할 때 한국을 미국과 함께 1순위 국가로 배정하고 있다”며 “치료 경험, 능력 등에서 한국 의사들은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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