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3년 만에"…코로나19 후 첫 대면 축제에 들뜬 대학가

이화여대 '대동제'·연고대 '아카라카' 등 대면으로 개최
"퀴즈 맞히시면 경품 드려요!", "직접 만든 이대 스티커입니다.보고 가세요!"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 축제 '대동제'가 열린 14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정문을 지나 우측 인도로 들어서자 천막 아래 서 있던 학생들이 들뜬 얼굴로 "이벤트에 참여해달라"고 소리쳤다.

여러 동아리와 단과대 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몇 달 전부터 대동제를 기다리며 굿즈를 제작하고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반나절 만에 스티커 500장을 팔았다는 2학년 김호연(22)씨는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축제를 안 하다 보니 동아리 안에서도 계보가 끊겨 처음부터 기획하느라 애먹었다"면서도 "학우들이 재밌어하고 즐기는 걸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학생문화관과 포스코관 근처는 각종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사려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일부 부스는 길 건너편까지 20∼30m가량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김치전, 볶음밥, 순대 등을 사든 학생들은 근처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가을날을 즐기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민지선(23)씨는 "매일 기숙사에 사는 데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늘 텅 빈 것 같았다.

이제야 분위기가 살아서 나도 덩달아 설렌다"며 "4학년이라 학교에 있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오늘 축제를 보니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신입생 김모(19)씨는 "선배들, 친구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다"면서 "오랜만에 학교 분위기가 생기도 넘치고, 날씨도 덥지 않아 소풍이라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송하은(19)씨는 "'이게 대학 생활이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며 "학교 상징 색깔인 초록색으로 옷을 입고 우리끼리 도란도란 축제를 하니 소속감과 애교심이 살아난다"고 했다.

먹을 것을 판매하는 학생들 역시 온종일 불 앞에서 요리하느라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연신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기독교 연합동아리 소속 숙명여대 학생 이한나(23)씨는 "'코학번'(코로나19 확산 당시 입학한 학번)이라 축제에서 음식을 만들고 파는 게 처음인 친구들이 많아서 다들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뿐만 아니라 엠티, 오리엔테이션도 없어 대학교 생활을 못 즐겼다"며 "이달 말 열리는 숙대 축제에선 장기자랑도 나가려고 맹연습 중"이라고 했다.

이화여대는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사흘간 대동제를 이어간다.

춤 경연대회, 퀴즈, 민속놀이 등 각종 행사를 열고 잔디밭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영화제도 마련했다.

대동제에서는 대형 비빔밥을 만들어 나눠 먹는 전통이 있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00인분을 각각 만들어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완전히 해제되면서 서울 소재 다른 대학들도 잇따라 가을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는 27∼29일 버들골 풍산마당에서 각종 공연을 선보이고 먹거리장터를 운영하는 축제 'SNU 페스티벌 버들골' 연다.

연세대학교는 24일 정기 축제 '아카라카'를, 고려대학교는 13∼15일에 동아리연합회 축제를 개최한다.

두 학교는 다음달 28일 연고전(고연전)도 연다.경희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은 이달 중에, 한양대와 건국대는 각각 다음 달 5∼7일, 26∼28일에 축제를 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