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특위에 노동·교육 고민 털어놓은 윤석열

“정년 보장되는 교사, 첨단 신기술 교육 소극적”
첨단 인재 길러내려면 경직된 노동 시장 바꿔야
사진=연합뉴스
“정년 보장되는 교수와 교사들이 4차 산업 시대 필요한 신기술 교육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이하 반도체 특위)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동시장과 교육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4차 산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선 노동 시장과 교육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윤 대통령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들을 격려하고 반도체 관련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첨단 산업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대학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하자 대통령이 격하게 공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당시 초등학생의 코딩 교육 현장에 가서 느꼈던 소회를 얘기하면서 “20대 초반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사가 된 사람들이 코딩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코딩 교육을 하려면 코딩 교사를 채용하고 다른 수업도 줄여야 하는데 기존 교사 집단들이 이런 변화에 저항한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직업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게 유연한 노동 시스템도 갖춰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데 한국은 너무 한쪽(직업의 안정성)으로 치우쳐 있다”는 문제 의식도 내비쳤다고 한다. 애플, 구글,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의 첨단 IT기업들은 기술 개발 프로젝트 별로 인재를 채용한 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팀을 해체하는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노동 시장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1등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뚜렷한 해법을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고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사가 걸려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은 장기 과제가 아니다. 실시간으로 해야 하는 현안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 원리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들,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그러려면 정부도 기업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