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간 복수국적자, 신고기한 넘겨도 韓국적포기 가능

‘국적법 일부개정 법률안’ 공포
외국서 태어나 쭉 외국 생활 중이거나
6세 미만에 이주해 외국서 사는 복수 국적자
병역의무 발생 후 3개월 지나도 국적포기 가능
사진=연합뉴스
다음달부터는 외국에서 태어나 쭉 외국생활을 하고 있거나 만 6세 미만일 때 외국으로 이주해 살고있는 복수 국적자는 병역 의무가 생긴 지 3개월을 넘기더라도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공포됐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는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 주된 생활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직계존속이 영주 목적없이 외국에 체류하던 중 태어났던 사람은 제외)과 만 6세 미만일 때 외국으로 이주해 계속 외국에 주된 생활 근거를 둔 사람은 병역 의무 발생 후 국적 포기기한을 넘기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법무부 장관에게 한국 국적 포기신청을 할 수 있다.현재 국적법에선 복수 국적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남성 국민은 만 18세가 되는 해의 1월1일부터 병역 의무가 발생한다. 이들 ‘병역 준비역’은 군대를 가야할 의무가 생긴 지 3개월 안에 국적 포기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마칠 때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외국에서 생활 중인 복수 국적자들이 신고기한을 넘겨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헌법재판소에서도 2020년 9월 병역준비역의 국적포기를 다룬 국적법 내용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3개월 안에 국적 이탈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 일률적으로 국적 이탈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 이후 국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고, 지난달 1일 복수 국적자를 예외로 인정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병역 및 법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적심의위원회를 통해 복수 국적자의 예외적 국적 포기 허가를 위한 심의를 할 예정이다. 심의 과정에선 △출생지 △복수국적 취득경위 △주소지 △주된 거주지 △한국 입국 횟수 및 체류 목적‧기간 △국민만 누릴 수 있는 권리 행사 여부 △복수국적으로 인한 직업 선택 제한불이익 여부 △병역 의무 이행의 공평성과 조화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방침이다.법무부 관계자는 “국적 이탈 자유를 보장하고 병역 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도 조화롭게 달성하는 국적 제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하위법령을 마련해 개정법이 시행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