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주재원 된 알바 "매장 경험이 최고 스펙이었죠"

SPC 쉐이크쉑 동남아사업부
서연지 영업기획담당

허영인 회장 '행복장학금'
2028명 대학생에 36억 지원

20대에 알바→인턴→점장
브랜드 론칭 경험한 '블루칩 인재'
"현장서 팀워크·순발력·서비스 배워"

“요즘 힘든 현장 업무를 하려는 청년들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닥부터 쌓아 올린 경험은 미래를 결정짓는 최고의 스펙이 될 수 있어요. 제가 산증인입니다.”

서연지 SPC그룹 쉐이크쉑 동남아사업부 영업기획담당(31·사진)은 사내 후배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20대에 점장을 거쳐 미국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30대 초반에 신시장을 개척하는 해외지사 주재원이 됐기 때문이다. ‘K푸드 시대’에 비슷한 나이대 젊은이가 식품회사에서 거칠 수 있는 최상의 커리어패스다.

지난 14일 만난 서 담당은 “매장 아르바이트부터 경력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10여 년 전 배스킨라빈스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대학생 시절 배스킨라빈스 의정부점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무거운 아이스크림 통을 교체하고 반복적으로 스쿱을 떠내면 팔에 멍이 들 정도로 고되다”면서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비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꾸준히 일했다”고 했다.

서 담당이 SPC에 입사하겠다는 꿈을 꾼 것은 2013년 회사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서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계열 브랜드 매장이나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근무 기간과 태도,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매년 200명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한다. ‘행복한 장학금’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허영인 회장의 뜻에 따라 2012년 시작됐다. 서 담당을 비롯한 총 2028명의 장학생이 누적 36억20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서 담당은 “장학금 수여식 날, SPC 서울 양재동 빌딩을 바라보며 이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장기 아르바이트 경력은 매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SPC 취업 문을 뚫는 데도 도움이 됐다. SPC그룹이 매년 선발 인원의 10%가량을 아르바이트 출신으로 뽑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 인턴으로 입사한 서 담당은 점포 지원 업무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정직원으로 전환했다.

첫 업무는 ‘쉐이크쉑 한국 론칭’. 그는 “쉐이크쉑 1호점(서울 강남점) 오픈 첫날, 생각지도 못한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직원들 모두 피곤함을 잊고 기쁨을 만끽했다”고 했다. 서 담당은 이 점포의 성공적 론칭 덕분에 25세에 쉐이크쉑 2호점(서울 청담) 점장이 됐다.

2018년 쉐이크쉑 싱가포르 사업 운영권을 따낸 SPC는 탄탄한 현장 경력과 신규 브랜드 론칭 경험을 갖춘 서 담당을 주재원으로 발령했다. 서 담당은 4년간 싱가포르 사업을 안착시킨 데 이어, 최근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드림팀’에도 들어갔다.

국내외에서 신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두루 갖춘 외식업계 ‘블루칩 인재’로 성장한 것이다.

서 담당은 능력 있는 후배들이 매장 업무를 하찮게 보거나 몸을 쓰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팀워크와 순발력,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까지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현장”이라며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진지한 태도로 임하면 스펙의 중요한 한 줄을 채울 수 있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하수정/사진=허문찬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