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줄이고 사업부 팔고…해외 대형 제약사들도 구조조정 찬바람 분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찬바람’은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해외 신약 벤처뿐 아니라 대형 제약사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원 감축,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구조조정 등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부를 과감하게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핵심 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구조조정을 했거나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은 80여 곳에 이른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은 지난 7월까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통해 301명을 줄였다.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헬름’이 기대에 못 미치는 효능과 부작용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미국 정부에서 요구한 아두헬름의 추가 임상시험도 보류했다.넥타 테라퓨틱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공동으로 연구하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임상 3상에 실패하자 직원의 70%를 해고했다. 최고의료책임자(CMO) 등 임원진도 물러났다.

노바티스는 10억달러(약 1조3545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해 8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지난달 공개했다. 노바티스는 제네릭 제조 자회사인 산도즈의 분사에 앞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산도즈 생산공장을 내년 말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노바티스는 스위스 본사 인력도 대대적으로 감축한다. 본사 인력 14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 중 절반인 700여 명은 관리자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항암제 ‘키트루다’와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미르’로 잘 알려진 미국 머크(MSD) 역시 최근 143명을 해고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인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등으로 유명한 길리어드 사이언스도 올 들어 114명을 해고했다.이처럼 전례없는 대규모 감원 움직임은 자금 문제 등으로 위기에 빠진 제약사 및 신약벤처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은 비용 절감 목적도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며 “주력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연구개발(R&D)팀을 짜려는 유연한 대응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