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역외시장서 달러당 7위안 2년만에 첫 돌파…中위안화 약세

본토는 1달러=6.99위안…경제지표 악화로 위안화 약세 더 심화할 수도
달러 초강세로 중국 위안화의 상징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홍콩 역외시장에서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0022위안에 거래돼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7위안 선을 넘었다.

더욱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 본토 시장에서는 달러당 6.99위안으로 '1달러=7위안'의 턱밑까지 위안화 환율이 올라왔다.

앞서 2019년 8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을 때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환율 조작"이라고 비난했으나, 이번에는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위안화뿐 아니라 주요국 통화 가치를 한꺼번에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가 모두 수십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년 5개월 만에 1,390원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제 지표가 최근 악화하고 있어 위안화 약세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아시아 통화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 0.4%(전년 동기 대비)로 2년여 만에 가장 낮았고,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도 8월 들어 둔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염두에 두고 외화지급준비율을 낮췄으나, 위안화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 특별히 더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이 추가로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따라서 위안화는 올해 말까지 달러당 7위안 근처에 계속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중국 담당 수석전략가인 자오펑싱이 예상했다.

위안화 약세가 중국의 수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보다 수입 물가 상승과 주요국 수요 약화 때문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ING 은행의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아이리스 팡은 "수출은 위안화의 약세나 강세보다는 수요에 의해 움직인다"며 "위안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이익률에 약간 도움을 주겠지만, 수출을 늘리려면 미국과 유럽에서 수요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지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