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박물관, 한국사 연표 철거…서경덕 "시정 없는 철거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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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 처사 '무례함의 극치'" 일갈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뺀 연표를 공개해 논란이 되자 한국 측에 조기 철거를 통보한 데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현 상황을 면피하려는 꼼수"라고 16일 말했다.
베이징에 있는 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부터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열고 있다.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전시회 한국 고대사 연표에는 청동기 시대를 고조선으로, 철기 시대를 신라·백제·가야·통일신라·고려·조선 등으로 표기했다. 신라·백제와 함께 삼국시대를 이끈 고구려는 쏙 빠졌고, 발해도 고대사 연표에 표기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 연도가 포함된 한국 고대사 연표를 제공했지만, 중국 측이 실제 전시에서는 이 내용을 삭제했다.
서 교수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반적으로 전시에 사용하는 자료는 제공 기관의 자료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인데, 이번 중국 측의 처사는 그야말로 '무례함의 극치'"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 측에 시정을 요청하면서 만약 시정하지 않으면 전시품의 조기 철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그러자 중국 국가박물관 측은 15일 전시회에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겠다고 한국 측에 알려왔다. 서 교수는 "하지만 우리가 좋아할 수만은 없다. 사과와 시정을 약속하지 않고 철거만 한다는 것은 역사 왜곡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현 상황을 면피하고자 한다는 꼼수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어이없는 왜곡 문장이 있었는데, 바이두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 강하게 대응했더니 한국 내 언론에서도 큰 이슈가 됐고, 그 후 문장 자체를 없앤 적이 있다는 사례도 들었다.
이어 "하지만 그 이슈가 좀 사그라들 때쯤 바이두는 "김치가 삼국시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왜곡문장을 스리슬쩍 다시금 넣었다"며 "왜곡도 모자라 김치에 대한 정보를 누구도 수정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까지 걸어놨던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서 교수는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왜곡에 대한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이상 왜곡을 못 하도록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 당당하게 맞서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