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ESG 투자’…자산운용사 ESG 담당 좌담

최근 ESG 공모 펀드는 위축됐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모 ESG 펀드는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간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자체 ESG 평가모델을 구축하며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표준화와 제도화가 마무리 되면 그린 워싱 우려도 사라진다. 10년 후에는 모든 펀드가 ESG 펀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경ESG] 인베스트먼트 - 자산운용사 ESG 담당 좌담회
사진 왼쪽부터 NH-아문디자산운용 최용환 ESG리서치팀장, 정원영 삼성자산운용 ESG팀장,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장, 신민재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리서치실장. 사진=김기남 기자
‘시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러·우전쟁, 그린워싱 논란 등으로 신규 자금 유입이 감소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ESG 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연 ESG 투자 붐은 끝난 것일까. <한경ESG>가 ESG 투자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장, 신민재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실장, 정원영 삼성자산운용ESG팀장,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 등 국내 자산운용사 ESG 담당 4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ESG 자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ESG 투자가 하나의 투자 테마에서 투자 프로세스로 내재화, 안착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았다. 또 ESG 공시 의무화, 택소노미 등이 새로운 도약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ESG 경영에서 ESG 투자로

사회: ESG 펀드로 몰리던 자금 흐름이 주춤하면서 ESG 투자 붐이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가.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이하 최 팀장): “통계에 잡히는 공모펀드는 금리인상 이후 전체적으로 자금이 많이 빠졌다. ESG 펀드만 특별히 더 빠진 것은 아니다. 반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ESG 사모펀드는 오히려 자금이 더 늘어났다. 연기금의 일임형 자금 집행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950조원의 운용기금 중 50%까지 ESG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15%인 160조원 정도밖에 투자하지 못했기에 ESG 투자 자금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공화당이 자신들의 텃밭이자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ESG 투자를 정치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ESG가 타격을 받은 부분이 있다. 텍사스연기금이 블랙록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의 리파워EU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처럼 기후변화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에 ESG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원영 삼성자산운용 ESG팀장(이하 정 팀장): “신규 펀드 수를 보거나 ESG 투자를 하나의 테마로 본다면 열기가 식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최근 연기금은 투자 원칙과 프로세스에 ESG 요소를 모두 반영한다. 단기간 펀드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갖춰야 한다. 기업들도 ESG 가치의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이슈화되는 부분은 예전보다 덜하겠지만, ESG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장(이하 이 본부장): “ESG 펀드가 설정액이나 수익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2차전지 등 각종 친환경 테마형 펀드까지 ESG 펀드로 묶여 함께 주목받다 이 부분이 많이 빠지면서 ESG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연기금 같은 곳의 ESG 투자 강화 기조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슈의 역기저 효과도 있다. 작년, 재작년에 폭발적 관심을 받은 ESG는 기업의 ESG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비례해 ESG 투자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본업 외적인 활동이 위축되면서 ESG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투자 부문에서는 오히려 ESG 투자가 안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민재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실장(이하 신 실장) “ESG와 자산의 수익률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게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한 ESG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렵다. 펀드는 성과가 중요한데,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수익률도 높다는 게 아직은 증명되지 않았다. ESG 펀드의 수익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ESG 등급이 높은 곳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작은 기업은 ESG에 기여해도 외부 홍보나 평가 대응 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ESG 등급 평가에서 큰 회사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ESG 자금이 신규 유입될 가능성이 예전보다는 낮아진 것 같다.” 사회: 과거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붐이 일다가 사그라든 적이 있다. 그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본부장 “투자 철학에서 보면 책임투자(RI)와 ESG는 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점은 외부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0년대 후반 유럽에서 급격한 기후변동을 경험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면서 유럽의 그린딜처럼 기후 대응을 위한 새로운 투자 계획이 쏟아졌다. 전통적으로 환경 부문이 중요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투자 기회가 생긴다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최근 2년 사이 좋은 투자 기회가 많이 생겼다.”

최 팀장 “사회적합의가 이루어졌고, 기업이 움직인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정책적으로는 그린뉴딜이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동시에 추진됐다.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쌓이면서 정책적 컨센서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역시 다보스포럼과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발표 등을 통해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적분할 문제가 대선공약으로 올라갈 정도 아니었나. 배당에 소극적이던 대기업 총수들도 이제는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사회적합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 ESG 정보가 너무 없어 일부 선도기업만 평가했다. 정보가 많아지면 분석이 고도화되고, 투자자의 참여도 늘어난다.”신 실장 “SRI를 보완한 것이 ESG라고 생각한다. ESG 평가는 우리 사회가 좋아지는 데 기여하고, 그 평가 결과가 상식적 수준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면 ESG는 SRI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더 보완하지 않고 지금 수준에서만 논의한다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

정 팀장 “ESG와 SRI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SRI가 착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관점이었다면 ESG 투자는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ESG를 고려한 투자다. ESG가 나쁘더라도 개선 가능성이 있거나 주주 관여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면 투자가 가능하다. ESG 투자 자체는 하나의 수단이다. 기존에는 재무 데이터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ESG도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ESG 펀드 규모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투자 프로세스에 ESG를 반영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 내재화될 것이다.”
사회: ESG 펀드가 하락 국면에서 강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가.

최 팀장 “ESG 펀드는 ESG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펀드와 테마형 펀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ESG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펀드는 다시 삼성전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즉 대형주 위주의 펀드냐, 아니냐로 나뉜다. 예를 들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100년기업그린코리아펀드’는 MSCI와 함께 ESG 전용 벤치마크를 개발했는데 400개 대표 기업을 놓고 ESG 점수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결국은 대형주 위주라 반도체 시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ESG 종합 펀드는 그 색깔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테마형 펀드가 주목받는다. 유럽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는 ESG 펀드를 단계별로 6조(기타 펀드), 8조(라이트 그린, 환경 및 사회 요소를 고려하는 펀드), 9조(다크 그린, 지속가능성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 펀드로 구분한다. 9조 펀드가 가장 높은 수준인데 재생에너지 펀드, 2차전지 펀드 같은 테마형 펀드가 이에 포함된다. 범용 ESG 펀드는 대부분 9조 대신 8조 펀드로 신청한다.”

이 본부장 “수익률은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개별 펀드를 보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종합적 연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5년 함부르크대에서 낸 메타 연구를 보면 기업의 재무 성과와 ESG 성과의 상관관계가 20% 정도로 나온다. 20%가 좋은지 나쁜지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2019년에는 모건 스탠리에서 펀드 대상의 조사를 실시했다. 전 세계 펀드를 지속가능성 펀드와 일반 펀드로 나눠 하방 압력 차이를 봤다. 결론은 지속가능성 펀드가 20% 정도 하방 압력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1차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년 초반에는 S&P와 MSCI가 비슷한 보고서를 각각 냈는데, 결론은 같았다. MSCI와 S&P의 대표 지수 대비 ESG 지수가 아웃퍼폼했다. 물론 빅테크 기업의 ESG 점수가 높아 많이 편입된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의 수익률이 높은지 아닌지는 아직은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변동성이 크거나 하락하는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신 실장 “ESG 펀드는 대부분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을 편입하다 보니 대형주 위주라 아무래도 변동성이 낮다. 중소형주나 신규 상장기업은 평가 등급 자체가 없어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이 다른 펀드는 10% 손실인데 ESG 펀드는 5% 손실만 난다고 해서 가입하지는 않는다. 변동성에 강한 건 좋은데, 결국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자체 ESG평가 내재화에 초점

사회: 자체 ESG 평가모델을 만드는 자산운용사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최 팀장 “ESG 평가기관 간 평가 결과의 상관관계가 지적이 많다. 지표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산업별 가중치, 스코어링 방식의 차이일 수 있다. 자산운용사가 직접 평가에 나서는 것은 ESG 평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다. 내부에 전문가를 두고 레이팅을 해서 삼성전자가 B등급인데, 왜 B등급인지를 알고 투자하자는 것이다. 외부 평가사들은 공개되지 않은 부분(블랙박스)이 다 있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등급을 그냥 갖다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두 번째 목적은 내재화다. 함께 고민하고 레이팅하는 과정에서 이해도가 올라가고 기업·산업별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

정 팀장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다르다는 건 정답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만들면 더 낫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삼성증권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용한다. 여러 평가기관의 결과 데이터를 받아 하이브리드 평가를 한다. 평가기관 6곳 정도의 데이터를 받아 활용한다. 있는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업별 가중치를 달리하고, 내부적 뷰를 반영해 평균을 내고, 주식과 채권, ESG팀이 협의해 최종 등급을 정한다.”

이 본부장 “올 상반기에 내부 평가모델을 만들었다. 외부 평가사들은 블랙박스가 존재하기에 확신을 갖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 외부 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최종 평가 등급은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환경이나 인적자원 같은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평가모델은 E, S, G로 분류돼 있지는 않다. ESG 투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어젠다를 선정해 평가한다. 최종 점수를 산출하기는 하지만 개별 어젠다의 성과를 더 중요하게 본다. 전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별 어젠다 중심으로 유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E나 S, G나 S 등이 섞여 평가된다. 예를 들면 환경 부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탄소배출량을 주로 보는데, 우리는 지배구조 분야도 함께 본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급망 관리도 친환경과 관련한 사항을 넣어 함께 평가한다.”

신 실장 “외부 평가사의 블랙박스 문제가 있기 때문에 KB자산운용도 지난해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혼합해 최종 스코어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에 대해서는 환경 관련 매출이나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매출 비중을 본다. 정성 평가가 아니라 정량 평가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자체적으로 하려고 한다. 크게는 재무적 성과와 환경 측면을 더 고려해 레이팅한다. 외부 평가사의 평가를 쓰면 차별화하기 어렵다. 투자자들도 자체 평가모델을 갖고 있는지를 많이 묻는다. 우리만의 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린워싱 막기 위한 택소노미

사회: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는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펀드 운용에 반영하고 있나.

최 팀장 “택소노미는 그린워싱을 막고 ESG 투자를 제도화하는 핵심 기준이다. 유럽도 택소노미를 기준으로 기업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가 돌아가는 체계다. 택소노미 구분이 되어야 주식 같은 경우 개별 기업의 택소노미 부합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친환경 비즈니스가 매출의 60%다, 설비투자의 50%를 한다는 식으로 개별 상장회사의 택소노미 부합률이 나오면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 NH자산운용은 농협그룹 차원에서 ESG 전환을 위해 자체적으로 NH택소노미를 만들고 있다. 택소노미는 크게 환경 택소노미, 사회 택소노미로 나뉜다. 유럽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 ESG로 분류되고,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투자금액이 얼마인지 그룹 차원에서 산정 중이다. 아직 규제 범위는 아니지만 금융감독원도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금융 그룹도 택소노미를 참고해 투자 규모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

정 팀장 “새로운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택소노미 자체가 은행권의 대출 심사, 자산운용사의 인프라 투자 같은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매칭되기 쉽지만 일반 기업이 투자하는 주식·채권에 택소노미와 연관 지어 투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활용 가능하다니 흥미롭다.”

최 팀장 “녹색채권, 소셜채권, 지속가능성채권을 발행할 때 제3자 인증을 받는다. 이때 채권 목적 자체가 택소노미에 부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이를 어떻게 녹색채권 라벨링에 적용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은 채권 쪽 ESG 투자는 그런 라벨링이 붙은 채권을 모아 펀드에 담는 형태다. 택소노미가 좀 더 고도화되면 우선 라벨링을 인증받을 때 택소노미가 작동하고, 채권을 펀드에 담을 때 한 번 더 택소노미 기준에 맞는지 심사하는 식이 될 것이다.”

사회: 독일과 미국에서 ESG 펀드의 그린워싱 사건이 벌어지면서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이 본부장 “그린워싱, ESG워싱 이슈가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지만, 유럽 미국 사례를 참고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최소한으로 충족하는 방식으로 내부적으로 펀드를 분류하고 있다. 또 제시된 전략대로 요건을 충족하면서 운용되는지 점검하고 있다. 향후 택소노미가 나오면 이에 부합하도록 기준을 맞추는 식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ESG 투자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ESG의 방향성과 취지 자체를 무효화할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ESG가 안착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공시 의무화 같은 제도를 통해 그린워싱은 조만간 정리될 이슈다.”

신 실장 “기업들의 그린워싱은 충분히 걸러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는 이슈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ESG 펀드를 하면 인력 등 투자가 더 많이 들어가지만, 일부 주장처럼 수수료를 더 받지는 않는다. 다만 ESG를 통해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아직은 악용을 걱정하기에는 시장규모 자체가 너무 작다.”

정 팀장 “붐업이 일어나고 그 후 그린워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규제당국도 점검 체계를 갖추고 자정 작용도 이루어진다. 오히려 그린워싱 문제를 과도하게 제기해 ESG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업들도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이느니 차라리 안 하겠다 하고, 자산운용사도 특별히 큰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굳이 안 하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ESG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 팀장 “규제당국은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결국은 투자설명서에 적힌 투자전략을 충실히 수행하느냐가 핵심이다. 또 하나는 라벨링이다.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에 라벨을 붙이는 제도가 있다. 유럽은 펀드에도 이를 붙인다. 아문디도 SFDR 시행 이전부터 프랑스 정부의 검인증을 받아 SRI 라벨을 붙이고 있다. 올 초 Fn가이드가 국내 최초로 우리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펀드에 ESG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실사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 전문가가 있는지, 펀드 운용이 전략대로 잘 수행되는지, 운용역이 전문성이 있는지 등을 평가했다. 앞으로 라벨링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신 실장 “ESG 펀드 운영은 솔직히 매우 피곤한 일이다. 나중에라도 이슈가 되면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룹 지주에서도 ESG와 관련해 1년에 한 번 감사를 한다. 정말 ESG 펀드가 맞는지, 특정 기업이 왜 들어가 있는지 등을 따진다. 까다로운데도 계속 하는 것은 ESG가 미래의 방향이고, 투자자에게 기존과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SG 공시가 변화의 열쇠 될 것

사회: ESG 투자, ESG 펀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 본부장 “정보공개를 표준화,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ISSB를 비롯해 유럽, 미국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ESG 정보 공시를 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매우 중요한 트리거가 될 것이다. 그동안 ESG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는 ESG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같은 기준을 갖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큰 폭발력을 갖는다. 분석뿐 아니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2~3년 후에는 ESG 투자 지형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 팀장 “기후 위기나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춰 국제사회나 국가의 재정 투입 자체가 신재생이나 친환경 같은 분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이 테마들이 수그러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계속 성장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신 실장 “ESG는 우리가 만든 개념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가면 결국 국내 연기금도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단순히 우리만의 트렌드, 지역적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한 흐름이다.”최 팀장 “10년 후에는 모든 펀드가 ESG 펀드가 될 것이다. 정보 공시 의무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재무 보고서가 외부감사를 거쳐 엄밀한 데이터로 나오는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같은 수순을 밟아간다. 정보의 신뢰성이 올라가고 분석이 강화되면 활용도도 높아진다. ESG가 안 좋은 기업은 당연히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다. 우선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이 강화될 것이다. 석탄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안 한다. 두 번째로는 ESG 통합 전략을 하면서 분석 정보 활용이 강화될 것이다. 세 번째는 주주 관여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향후에는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주주의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재 ESG 투자의 인프라를 열심히 구축하고 있는데, 선진국들은 이를 활용한 ESG 통합 전략 100%를 추구한다. 모든 펀드가 ESG 투자를 하면, 다음 단계는 임팩트 투자가 될 것이다.”

사회=장승규 편집장
정리=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