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방' 쇼호스트의 최고 조력자는 애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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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고객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상품 생산과 전달에 참여하며 가치를 창출한다. 고객은 가치 창출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개인적인 필요나 욕구를 충족하며 더 큰 만족을 얻는다. 이렇게 참여하는 고객은 기업의 노동력을 대체하여 생산성 측면에서 경제적 이득을 줄 뿐만 아니라 마치 직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의 경영학 특강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문제 해결도 고객과 함께
서비스 회복에 고객 참여시켜라
예를 들면 온라인 뱅킹으로 은행업무를 보는 것과 같이 고객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낸다. 또는 다이어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체중 감량을 할 때와 같이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며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는 고객입장에서 신속하고 낮은 가격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더 높은 가치를 보장할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고객과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언제든지 실패가 일어 날 수 있다. 100%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만족을 확보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을 막기 위해서는 서비스 회복이 필요하다. 서비스 회복(service recovery)이란 실패로 인한 문제를 바로잡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service recovery paradox)에 의하면 실패 이후 효과적인 서비스 회복을 하는 경우 고객만족도가 실패 전보다 오히려 더 높다고 한다.
기존에는 서비스 회복을 기업이나 직원의 일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 스스로 기술과 지식을 동원하여 실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노트북이 망가졌을 때 다짜고짜 서비스 센터를 찾는 고객이 다수였다. 이제는 우선 사용자 매뉴얼을 살펴보고 스스로 노트북의 상태를 점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고객이 늘어 나고 있다. 고객 참여가 서비스 회복 과정에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서비스 실패에 따른 후속조치에 고객이 관여하는 수준에 따라 회복 유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기업 주도적 회복이다. 고객의 참여가 전혀 없거나 낮은 수준으로 회복 노력이 전적으로 기업이나 직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이 있을 때, 필요한 작업을 직원이 모두 대신해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두 번째는 공동 회복으로 고객과 직원이 함께 회복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다. 고객은 자신의 노력, 시간, 자원을 들여 회복에 동참한다. 앞선 예의 문제해결과정에서 직원은 안내자로 현장에서 직접 또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 번째 유형은 고객 주도적 회복으로 고객이 전적으로 회복 노력을 들이는 경우다. 기업은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고 고객이 스스로 노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이다. 고객은 온/온프라인상으로 다른 고객 또는 제 3자의 동참을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은 두 번째 공동 회복과 세 번째 고객 주도적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 주도적 회복을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으로 프레임워크(Framework)이 있다. VR 관련 기기를 개발하는 오큘러스(Oculus)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니라브 파텔(Nirav Patel)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프레임워크는 가능한 한 제품 수명을 늘리고 산업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모티브로 하여 고객이 스스로 부품을 교환하여 수리하는 것이 가능한 노트북을 만든다.프레임워크는 홈페이지에 커뮤니티(Community)를 개설해 기업과 고객 간, 더 나아가 고객과 고객 간 제품 이용 및 수리 서비스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상호 소통을 통해 제품 수리, 부품 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 그 결과 종종 더욱 참신하면서 편리한 수리 방법이 해결책으로 나오게 된다.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의 이점은 무엇일까? 고객이 서비스 회복에 참여하게 되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이에 따라 향후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할 능력이 향상된다. 고객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추가적인 지식과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게다가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을 들이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회복 결과를 달성하면 성취감과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회복 과정에 관여하는 자체를 통해 얻는 기쁨이 총체적으로 증진된다,
그렇다면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이 왜 중요할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전통적인 상황에서는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은 그것을 받는 관계가 전제되었다. 따라서 모든 실패의 책임이 기업에 있었다. 기업의 잘못이니 고객을 끌어 들일 이유도 없었고 고객을 서비스 회복과정에 동참시키기도 어려웠다.그러나 애초에 기업과 고객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관계라면 실패가 일어났을 때 기업이 독자적으로 회복하려는 행위가 도리어 고객의 권한과 가치 창출에 대한 자신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기업이 진정으로 고객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서비스 회복 과정에 고객을 동참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이 기업 주도적 회복에 비해 대응 속도 측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기업이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 기업이 독자적으로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시기적절하게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고객 스스로 또는 기업과 공동으로 회복 노력을 기울이면 시기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통업계 최대 화두인 라이브 커머스를 생각해 보자. 일명 ‘라방’이라고도 불리는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다. 실시간으로 모바일 동영상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유명한 프로그램이나 쇼호스트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쇼호스트와 시청자들 간에 쌍방향 소통이 활발하고 끈끈한 라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시청자들이 접속하거나 새로운 고객이 채널에 들어올 경우,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인 쌍방향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가 너무 많아 쇼호스트가 참여자의 질문을 놓쳐 참여자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못할 수 있다. 또 빠르게 방송이 진행되다 보면 시청자의 애로사항을 놓칠 수 있다.이때 애청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쇼호스트가 놓친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며 즉각적으로 고민을 해결해 나간다. 서비스 제공자의 개입 없이 다른 고객이 참여해 고객 주도적 회복을 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면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제 기업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고 손을 내밀어 회복 과정에 고객을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고객과의 오랜 관계를 꿈꾼다면 명심하자. 문제 해결도 고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