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 2대주주 올라선 하나제약…경영권 분쟁 서막?

코스피 상장사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지분을 계속 매집해 2대주주까지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나제약은 삼진제약 주식 17만7478주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지분율은 11.09%에서 12.37%로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12.85%)과 차이가 0.48%포인트로 좁혀졌다. 하나제약이 주식 매집을 시작한 것은 작년 1월이다. 작년 9월 보유 지분율이 공시 대상인 5%를 넘어서며 매입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수십차례 장내 매매와 시간외 거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하나제약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같은 업권에 있는 회사의 주식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10% 넘게 보유하는 것은 드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진제약이 지난 5일 바이오 업체 아리바이오에 자사주 7.99%를 넘긴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다른 회사에 넘기면 보통주로 바뀌면서 의결권이 생긴다.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도 경영권 분쟁설의 근거로 꼽힌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 창립해 지금까지 공동경영을 해오고 있다. 조 회장측의 지분은 12.85% 최 회장의 지분은 9.89%다.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제약이 경영권 참여를 노리고 지분을 매입하고 있거나, 창립 가문 간 경영권 갈등이 발생해 어느 한쪽에 백기사로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마취제를 전문으로 만드는 하나제약은 연 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버는 중견 제약사다. 관련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사업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진제약도 진통제 브랜드 ‘게보린’을 통해 연 300~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두 회사 모두 경영권 분쟁설을 일축하고 있다. 하나제약 측은 배당금 수취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진제약의 주당 배당수익률은 연 3.2% 수준이다. 주가는 2만5000원 전후에서 박스권을 그리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