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2023년, 고강도 긴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세계은행(WB)이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긴축 드라이브로 인해 내년에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B는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난 5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에도 각국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이어가면서 침체 국면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WB는 각국 중앙은행이 목표 범위 안으로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2%포인트 추가 인상한 평균 6%대로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내년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1인당 GDP 성장률로 환산하면 기술적인 경기후퇴에 부합하는 0.4% 감소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WB는 내년 세계 평균 기준금리가 올해 보다 두 배가량 높은 약 4%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물가 상승세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혼란 등 금리 인상으로 억제할 수 없는 물가 자극 요소 때문이다. WB는 에너지를 제외한 세계 평균 근원 물가상승률이 지난 5년간 평균치의 두 배 수준인 5%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세계 경제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으며 더 많은 나라들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더욱 둔화될 수 있다"면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침체 국면을 피하기 위해선 소비 억제 대신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맬패스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은 성장과 빈곤 감소에 필수적인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제통화기금(IMF)도 올 3분기 경제성장 동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를 지적하면서다. 또 일부 국가는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전 세계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앞서 IMF는 지난 7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 내린 2.9%로 수정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최근 들어 세계 경기침체로 특징지었던 신호들이 악화했다"면서 "중국에선 계속되는 코로나19 봉쇄와 부동산 문제가 경제활동을 짓누르고 있고 달러 강세는 다른 많은 국가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엄청나다"면서 "하방 위험이 경기 전망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