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만 피하자"…청약시장에 등장한 벤츠·샤넬 경품

김정은의 클릭 부동산

금리 치솟고 집값 떨어지자
곳곳서 미분양 물량 증가세

건설사들 고가 경품 내걸고
청약 흥행몰이 위해 안간힘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이 벤츠, 샤넬 가방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청약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방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쌓이자 위기의식을 느낀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고가 경품을 내걸고 있다는 관측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들어서는 인덕원자이SK뷰 청약자를 대상으로 벤츠 A220 차량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청약 신청을 한 뒤 이벤트에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1명에게 벤츠 차량을 제공한다. 이 단지는 내손다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2025년 입주할 예정이다.경기 하남시에 KCC건설이 선보인 주거형 오피스텔 미사아넬로스위첸은 지난달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BMW 미니 쿠퍼 5도어 클래식을 준다. 대우건설도 지난 7월 경기 화성에 복합 오피스인 동탄푸르지오시티웍스를 분양하면서 견본주택 방문자를 대상으로 벤츠 차량을 경품으로 내놨다.

벤츠 차량뿐만이 아니다. 대한토지신탁은 경북 칠곡에서 칠곡왜관월드메르디앙웰리지를 분양하면서 루이비통 가방을 경품으로 홍보했다. 대유산업과 한국건설이 선보인 더로제아델리움해양공원도 분양 흥행을 위해 샤넬 핸드백을 경품으로 활용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고가 경품을 내놓는 건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청약열기가 급랭하는 가운데 유례없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집값이 내년 하반기까지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내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수요자가 많아졌다.청약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에서도 미달 사례가 나오자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경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1차원적이지만 견본주택 인기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미분양에 따른 직간접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경품 자체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가 경품만이 아니라 관리비 지원이나 현금 지원을 내건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수유동에서 대원이 시공을 맡은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올 3월 분양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입주자 관리비를 대신 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분양 희망자 유치를 위해 3.3㎡당 1만원가량 관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라인건설은 충남 아산시에 조성하는 오피스텔 천안아산역이지더원 계약자에게 현금 100만원 또는 LG전자 스타일러를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2010년께 경품 마케팅이 활발하다 이후 자취를 감췄는데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니 그만큼 분양 경기가 암울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