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힘겨운 '환율 1400원' 사수…통화가치 방어 의지 제대로 보여라

어제 개장과 함께 달러당 1399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이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5원70전 내린 1388원에 장을 마쳤다. 그제 미국 물가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과 함께 ‘실탄 개입’에 나선 것이 약효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시장에서 ‘1400원 사수’ 의지로 해석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경제계에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졌다. 급기야 환율이 13년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390원을 뚫고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에 다다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대로 “넋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당국의 1400원 사수 메시지는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선을 넘으면 달러 사재기 등 가수요가 붙어 오버슈팅(일시적 가격 폭등)으로 일시에 1500원에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 ‘킹달러’로 대변되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 속에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차를 용인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상황에서 외환당국마저 수수방관한다면 환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고삐 풀린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르고 다시 환율이 오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 8월 이후 원화가치 하락폭(5.9%)은 다른 나라들보다 유난히 큰 편이다.문제는 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미세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만으로 추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유엔총회에서 만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실질적 외환협력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미 정상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비쳤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못지않게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일본이 엔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코로나 쇄국’을 풀어 외국인 관광객을 무비자로 받으려는 움직임은 시사적이다. 우리 정부도 가수요와 환투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연기금의 해외 투자 속도 조절과 단기 외채 축소 등 다방면의 외환 대책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