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잡스도 아이디어 얻으려 경쟁사PC 털었다

역설계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어크로스
376쪽│1만7800원
1933년 일본. 아버지가 창업한 방직기 회사에서 일하던 도요다 기이치로는 미국 쉐보레 자동차를 분해해 연구한 뒤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그는 3년 후 첫 자동차를 출시했고 회사명을 ‘도요타’로 정했다.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도요다가 취한 접근법은 업계 표준이 됐다. 오늘날 자동차 제조사들은 설계를 거꾸로 하는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를 통해 경쟁사의 차를 해부, 부품과 구조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최신 기술과 비용 절감 방안을 알아낸다.

심리학자이자 행동 변화 전문가인 론 프리드먼은 <역설계>에서 기술업계에서 주로 목격되는 역설계 접근법을 비즈니스,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법을 전한다. 그는 성공한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해해 내부 원리를 알아내고 중요한 통찰력을 뽑아내는 역설계 전략이 최고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한다. 컴퓨터의 역사를 바꿨다고 알려진 애플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는 1970년대 제록스의 제품을 역설계해 탄생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가 만든 개인용컴퓨터(PC) 알토를 보자마자 그 잠재성을 파악했고 기능, 특성,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을 분석해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냈다.저자는 문학계의 거장, 유명한 셰프, 전설적인 코미디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뮤지션, 최고의 스포츠팀 등 역설계라는 도구를 빈번히 활용했던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는 역설계를 통해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기술을 전한다. 먼저 수집가가 돼서 탁월한 성취물을 다시 들여다보고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 그대로 모방하지 말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라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