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시동 걸었다가 '펑'…포항서 10일간 화재 9건

부식부품 전기 합선
경북 포항시 포항종합운동장에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 차량이 모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타이어 반만 잠겼어도 운전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마세요!” 침수 차량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부품 내부 전기 합선이 쉽기 때문이다. 최근 태풍 힌남노 피해가 컸던 경북 포항이 특히 잦다. 16일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열흘간 포항 일대에서 침수 차량 화재가 9건 발생했다. 하루에 한 대꼴로 침수 차량이 불타고 있는 셈이다.

15일 오후 2시께 포항 남구 청림동 도로를 달리던 차에서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 덕분에 10여 분 만에 불을 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차량은 6일 태풍으로 인해 침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새벽 남구 오천읍 한 주택 주차장에선 운행을 마치고 주차됐던 차량이 불타기도 했다. 이 차량 역시 침수 피해를 봤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수의 화재 차량 운전자에 따르면 태풍 피해가 있던 당시 자택에서 먼 거리에 차를 주차해 침수 정도를 몰랐던 사례가 많았다.
침수 차량 화재의 원인은 전기 합선이다. 차량 내부 배선 등 전기 부품에 물이 들어가면 방수 처리가 되지 않은 접합 부위가 부식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합선이 발생하면 화재로 이어진다. 배수구에서 역류했거나 하천의 토사가 섞인 빗물은 부식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 화재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소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차량 내부 시트를 확인했을 때 빗물에 침수된 흔적이 있다면 차량 하부에 있는 전기부품들이 산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타이어가 반 이상 물에 잠긴 정도의 침수 피해가 있었다면 일단 ‘차량화재 위험신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