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태풍 긴급복구작업 중 숨진 근로자…구청 배상책임 없어"

법원, 유족 패소 판결…"안전배려의무 위반했다 보기 어려워"
태풍 와중에 도로 복구 작업을 하다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한 구청 기간제 근로자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설민수 부장판사는 16일 유족들이 광진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기간제 근로자 김모(당시 74세)씨는 태풍 링링이 북상하던 2019년 9월 7일 오후 1시께 광진구 아차산 인근에 쓰러진 가로수 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휴일에 구청 지시를 받고 현장에 나간 그는 작업 도중 또 다른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숨졌다. 김씨 유족들은 올 3월 김씨 사망에 광진구청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시속 97㎞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으로 가로수가 전복된 현장에 안전모 외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위험한 작업을 지시했다"며 구청의 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로 긴급 복구가 필요한 장소가 아니었음에도 훈련받지 않은 단기간 근로자에게 무리하게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안전 보건기준에 따라 악천후 및 강풍 시 사업주는 작업을 중지해야 하지만 김씨가 현장에 투입된 당시는 그 예외 조항인 '긴급 복구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쓰러진 가로수가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선 전부와 1차선 일부에 걸쳐 있어 차량이 가로수를 피해 주행하는 등 사고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고인에게 지급된) 안전모 외 사고 방지를 위한 보호구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 당시 경찰관도 교통 통제를 위해 작업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점을 종합해보면 구청이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족 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라며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