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재발방지 대책 세워야"

여성단체 긴급 추모제…신당역 출구에 헌화·애도 포스트잇
여성단체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이 구조적인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꽃페미액션은 17일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긴급 추모제를 열고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구조적 폭력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저마다 '국가가 죽였다'고 쓰인 손팻말이나 흰 국화꽃을 들고 신당역에 모였다.

이들은 피해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한 뒤 성명 발표와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단체는 "일터에서 불법 촬영과 스토킹 범죄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가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가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계가 불법 촬영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스토킹 범죄를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서울교통공사에서 역무원의 2인 1조 순찰 지침을 세웠다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날 신당역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한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한 발언 등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활동가는 "명백한 여성 혐오 사건인데도 국가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성가족부 장관, 검찰과 경찰, 고용주인 서울교통공사가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시민들은 추모제를 마친 뒤 신당역 10번 출구 표지판 아래 국화를 헌화하고 피해자를 애도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오는 19일부터 추모주간으로 정하는 한편 20일부터는 전 조합원이 추모 리본을 달고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20일 현장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다음 주에는 신당역과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