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박민지 천하'…2년 연속 '상금 10억 클럽'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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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KB금융 스타챔피언십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0억+α상금 클럽’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모두 7명이다. 지난해 상금 15억2137만원을 기록한 박민지(24)를 비롯해 김효주(27)와 박성현(29), 고진영(27), 이정은(26), 최혜진(23), 장하나(30)가 한 시즌 상금 10억원 고지를 밟았다. 골프 팬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스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중 2년 연속, 혹은 두 시즌 이상 10억원대를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그만큼 KLPGA투어가 치열하고, 선수층이 두터워 독주가 힘들다는 얘기다.
"뒷심 부족"…'가을 징크스' 딛고
올시즌 보란듯 가을 메이저 우승
5언더파…4타차로 이소영 꺾어
승부처 17번홀서 '쐐기 버디'
8개 대회 남기고 상금 10억 돌파
단일 시즌 최다상금 경신 도전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2년 연속 10억원대 상금 달성’을 박민지가 해냈다. 말 그대로 ‘민지 천하’다. 박민지는 18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몰아치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해 2위 이소영(1언더파 287타·25)을 4타 차로 넉넉히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4승째이자 투어 통산 14승째다. 투어 역대 다승 순위에서도 5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공동 1위인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20승)에게 6승이 모자라다.
‘가을 징크스’ 벗어난 박민지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 2억1600만원을 받은 박민지는 시즌 상금 10억4166만원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질주했다. KLPGA투어에서 2년 연속 시즌 상금 10억원을 넘긴 선수는 박민지가 처음이다. 올해 다승(4승)과 상금 1위를 질주한 박민지는 대상 포인트에서도 유해란(21)을 26점 차로 바짝 추격하며 2년 연속 주요 타이틀 석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올해 이루지 못했던 ‘메이저 우승’도 이번 대회에서 풀었다. 박민지는 올 시즌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승을 챙기는 동안 앞선 3개의 메이저대회에선 각각 4위와 3위, 2위에 올라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민지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 이후 1년3개월 만에 통산 메이저 2승째를 수확했다.이른바 ‘가을 징크스’도 이번에 벗어났다. 박민지는 이전 13승 가운데 12승을 봄과 여름에 거뒀다. 지난해 6승도 모두 상반기 대회에서 기록했다. 이로 인해 나왔던 “시즌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보란 듯 깨뜨렸다.
올 시즌 잔여 대회에서 박민지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바로 지난해 그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상금인 15억2137만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시즌 종료까지 8개 대회가 남아 신기록 달성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박민지는 “일단 다음 대회만 생각하고 경기하겠다”며 “매 대회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승부처 17번홀 버디로 쐐기
이번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는 박민지와 이소영뿐이다. 이렇듯 남들은 한 타도 줄이기 어려운 코스에서 박민지는 이날 발목까지 덮는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를 뚫고 홀로 4타를 줄였다.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정윤지(22)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박민지의 출발은 불안했다. 시작과 함께 2번홀(파4)에서 보기로 타수를 잃은 것. 하지만 이후 특유의 ‘강철 멘털’을 내세워 매섭게 타수를 줄여갔다. 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붙이며 버디를 낚아챈 그는 13번홀(파3)에서 약 10m 버디 퍼트를 넣고 언더파로 돌아섰다. 14번홀(파4)에서도 2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이소영이 15번홀 버디 퍼트로 1타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맞이한 17번홀(파4)이 승부처였다. 박민지는 두 번째 샷을 홀 옆 30㎝ 지점에 멈춰 세웠다. 반면 이소영은 벙커 턱에 걸린 공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며 1타를 잃었다. 승기를 잡은 박민지는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완성했다.
마지막까지 우승을 노크하던 이소영은 준우승 상금 1억3200만원에 만족해야 했다.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정윤지는 12번홀(파4)의 더블 보기에 발목이 잡히면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