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분쟁처리에 300일…갈수록 길어져

금융분쟁조정제도 유명무실화
은행들의 금융분쟁 처리 기간이 건당 약 300일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 판결 대신 분쟁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도입한 금융분쟁조정제도가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금융분쟁 접수·처리 건수 및 업권별 평균 분쟁 처리 기간’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상반기 금융분쟁은 11만1500건 접수됐다. 월평균 접수 건수는 2019년 2469건에서 올 상반기 3215건으로 늘었다. 월평균 처리 건수는 2019년 2305건에서 작년 2440건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올해 상반기 2398건으로 줄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분쟁 처리에 걸리는 기간은 모든 금융업권에 걸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2019년 51.3일에서 올 상반기 299.1일로 여섯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 등은 같은 기간 35.3일에서 122.8일로, 보험사는 48.1일에서 83.4일로 늘었다.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사건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정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은행은 이 기간을 최대 다섯 배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금융분쟁조정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처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