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장례식인데 너무하네"…영국인들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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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거래소가 인수하더니 영국인 생각 안해" 분통세계 금속 거래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19일에도 문을 열기로 하면서 영국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니켈 거래 중단 이후 하락한 신뢰도가 문제
파이낸셜타임스(FT)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LME는 19일 휴장하지 않고 평소처럼 전자거래를 진행한다. 단 트레이더들이 대면해 소리를 치며 거래하는 ‘링 트레이딩’은 중단한다. LME의 결정에 영국인들은 유감을 표했다. 19일은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거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으며 은행, 관공서, 학교 등이 문을 닫는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는 이날 휴장한다.
일부의 분노는 LME의 최대주주인 홍콩거래소(HKEX)를 향했다. 영국 금융회사 킹덤퓨처스의 말콤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HKEX가 LME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끔찍한 일”이라는 의견을 링크트인을 통해 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소유한 LME는 영국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3월 LME가 니켈 거래를 중단하고 취소한 사건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시 거래를 중단 및 취소한 이유는 니켈 가격이 이상 급등했기 때문인데, 그 배후에는 중국의 철강·니켈 생산업체인 칭산그룹이 있었다. 칭산그룹은 당시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었는데 니켈값이 폭등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다가 LME의 거래 취소 등 조치로 사실상 구제됐다. FT는 칭산그룹이 중국 기업이 아니었다면 LME가 저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LME는 해명에 나섰다. 매튜 체임벌린 LME CEO는 “19일 거래로 얻는 수수료 전액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후원했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며 “국제 거래가 이뤄지는 LME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휴장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LME가 여왕 장례식 날에도 거래를 중단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 주 수요일인 21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선물 등을 처리하려면 19일에 많은 업무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ICE선물거래소도 19일에 브렌트유 선물 등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