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줄 안돼"…수임료 수천만원 '학폭' 전문 로펌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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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는 지난 5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들이 같은 반 친구로부터 학교폭력(학폭) 신고와 함께 폭행, 재물손괴, 특수협박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해서다. 소년교도소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가 다급히 찾은 곳은 서울 강남의 학폭 전문 로펌. 수천 만원대 수임료가 들었지만 이들의 도움으로 아들은 사회봉사명령(보호처분 3호)을 받을 수 있었다.
학폭 학생의 처벌 수위를 낮춰준다는 ‘학폭 전문 로펌’이 서울 강남 일대에 급증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록되면 특목고 진학은 물론 대학 수시 전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수천 만원의 높은 수임료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게 해당 로펌들의 설명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교 폭력 전문 로펌은 20여곳이다.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밀집돼 있다. 이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학교 폭력으로 전문 분야를 등록한 변호사는 15명으로 2019년 네 명에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폭력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2020년 8357건에서 지난해 1만5653건으로 약 두 배 늘었다. 변협 관계자는 “형사 전문 변호사도 학폭 사건을 수임할 수 있어 실제 인력은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학폭 전문 로펌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심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출신이나 전직 교사, 교육청에서 일했던 변호사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학폭 학생이 학폭위에서 보호처분 4호 이상을 받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폭위는 교육지원청 소속으로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게 징계 조치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가해 학생의 고의성, 반성하는 태도, 화해 정도 등을 기준으로 알맞은 벌을 내린다.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총 9가지 처분이 있다. 1호~3호 처분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4호 처분 이상을 받으면 졸업일로부터 2년이 지났을 때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특목고나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형사 고소를 당해도 경찰이 가해 학생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게 하는 일도 한다. 한 학폭 전문 변호사는 “가정법원으로 가면 소년법이 적용돼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수임료는 건당 수천 만원까지 받는다. 학폭 사건이 학폭위를 넘어 형사, 민사까지 최대 3가지 사건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
학부모들은 생활기록부에 학폭 기록만 막을 수 있다면 수천만원의 수임료가 비싸지 않다는 반응이다. 올해 초 자녀가 학폭 사건에 연루된 안모씨(48)는 “아이에게 투자한 교육비만 따져도 수억인데 앞으로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크게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학생 간의 학폭 문제를 어른의 돈으로 무마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희영 아동청소년문제 연구소 유스메이트 부대표는 “학생 사이의 문제를 법률 전문가들이 나서서 푸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제대로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 등이 아이들 교육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학폭 학생의 처벌 수위를 낮춰준다는 ‘학폭 전문 로펌’이 서울 강남 일대에 급증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록되면 특목고 진학은 물론 대학 수시 전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수천 만원의 높은 수임료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게 해당 로펌들의 설명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교 폭력 전문 로펌은 20여곳이다.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밀집돼 있다. 이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학교 폭력으로 전문 분야를 등록한 변호사는 15명으로 2019년 네 명에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폭력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2020년 8357건에서 지난해 1만5653건으로 약 두 배 늘었다. 변협 관계자는 “형사 전문 변호사도 학폭 사건을 수임할 수 있어 실제 인력은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학폭 전문 로펌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심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출신이나 전직 교사, 교육청에서 일했던 변호사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학폭 학생이 학폭위에서 보호처분 4호 이상을 받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폭위는 교육지원청 소속으로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게 징계 조치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가해 학생의 고의성, 반성하는 태도, 화해 정도 등을 기준으로 알맞은 벌을 내린다.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총 9가지 처분이 있다. 1호~3호 처분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4호 처분 이상을 받으면 졸업일로부터 2년이 지났을 때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특목고나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형사 고소를 당해도 경찰이 가해 학생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게 하는 일도 한다. 한 학폭 전문 변호사는 “가정법원으로 가면 소년법이 적용돼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수임료는 건당 수천 만원까지 받는다. 학폭 사건이 학폭위를 넘어 형사, 민사까지 최대 3가지 사건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
학부모들은 생활기록부에 학폭 기록만 막을 수 있다면 수천만원의 수임료가 비싸지 않다는 반응이다. 올해 초 자녀가 학폭 사건에 연루된 안모씨(48)는 “아이에게 투자한 교육비만 따져도 수억인데 앞으로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크게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학생 간의 학폭 문제를 어른의 돈으로 무마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희영 아동청소년문제 연구소 유스메이트 부대표는 “학생 사이의 문제를 법률 전문가들이 나서서 푸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제대로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 등이 아이들 교육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