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영국왕실 대통령 조문외교와 퍼스트레이디 패션정치-모자 패시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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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영국왕실 조문외교와 영부인의 패션정치
조문을 통한 국가 간 정치적인 메시지, 조문외교
세계 영부인들의 장례식 복장, 액세서리 최소화한 올 블랙 패션
영국왕실 장례복장 매너와 조문의전 에티켓
조문을 통한 국가 간 정치적인 메시지, 조문외교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세계 곳곳 22개국 왕족과 5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시리아, 베네수엘라 그리고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러시아·벨라루스·미얀마 등을 제외하고 초청된 정상급만 500명으로 그야말로 ‘조문외교’가 가시화 되고 있다. '조문 외교' 는 고인에 대한 예의 형식인 '조문'을 통해서 국익을 위한 외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죽음이 예정되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 국제정세의 민감한 사안에 따라서 각 국가의 정상이 조문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전략적인 외교를 한다. 역사적으로도 조문을 통해 국가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추측하거나 어필했던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영국 역사상 가장 큰 외교행사가 불상사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귀빈 의전에만 공무원 300명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리즈 트러스 총리 등 영국의 주요 인사를 포함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와 정치인, 왕족 등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문 의전을 통한 정치메시지 읽기
영국왕실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장례식에 초청하지 않은 것은 물론,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푸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불참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이 어느 직급의 특사 파견을 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중국의 조문 외교는 철저한 위계에 따라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공산당 내 직급은 없지만, 서열 8위 의전을 받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을 베이징 영국 대사관에 보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영국 찰스 3세 국왕에게 보내는 조전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위 기간이 가장 긴 영국 군주로 광범한 칭송을 받았다”며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영국 군주로, 그녀의 죽음은 영국 인민의 거대한 손실”이라고 담담한 애도를 표하는 데 그치기도 했다.2015년 타계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조문하기 위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인도 국빈방문 일정에 계획 되어 있던 27일 화요일 타지마할 방문을 취소하고 급하게 리야드로 향했다. 당초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조문 사절단을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중동지역의 정세 혼란 함께 이 지역 외교현안 해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가장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핵심 우방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직접 방문을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정치적 메시지, 조문외교의 패션정치
오바마 미 대통령의 조문외교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하여 콘돌리자 라이스, 그리고 낸시 펠로시를 포함한 여성정치인들이 조문 사절단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1982년과 2005년에 있었던 칼리드 국왕과 파드국왕 조문을 위한 미국 측 사절단에 여성 정치인들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으로 이같은 조문단 구성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내는 암묵적인 정치 메시지라는 분석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제약이 아주 심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러한 국가를 조문차 방문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굳이 여성정치인들을 대동하면서 히잡착용과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논란이 되었었다. 과거 미국의 영부인들과 여성정치인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예를 들어 조문외교에서 불거진 히잡착용 논란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에서 미셸 오바마가 히잡을 착용했던 것과 2013년 이스라엘 순방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유대교 양식에 따른 유대인 남성의 모자인 키파를 착용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패션정치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세계 영부인들의 장례식 복장, 액세서리 최소화한 올 블랙 패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영국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윤대통령과 나란히 단 태극기 배지 외에는 장신구 없이 검정 상·하의 A라인 투피스 스커트에 검은 스타킹과 검은 구두를 보여줬다. 이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이라는 상황에 신경 쓴 것으로 머리도 올림머리가 아니라 하나로 묶어 내린 헤어스타일을 선택했다. 원래 런던에 도착해서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방문해 조문할 계획이 주변의 교통 통제로 못하고 곧바로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된 장례식 미사에 참석 시에김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와 모자형태의 패시네이터 (fascinator)를 착용하고 가슴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각종 논란 속에 공개행보를 하는 만큼 이번 순방길에서 TPO 시간, 장소, 상황에 어울리는 옷차림과 행동거지로 대한민국 국격을 담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미국의 조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는 무릎 기장의 H라인 블랙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 검은 슈즈 그리고 검은색 패시네이터를 선택했다.
영국왕실 장례복장 매너와 에티켓유럽에서 검은색 의상이 장례복장이 된 것은 중세말부터로 전해진다. 그 당시, 검은색 드레스를 만들기 위한 염색비용이 고가였던 관계로 검은색 드레스는 부유층의 일상생활 의상으로도 각광 받았고 이러한 장례 문화 덕분에, 1840년경 현대식 백화점이 유럽에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 애도기간 동안 여성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어두운계열의 검은색 드레스와 머리 휘장이나 모자를 착용한다.
세계 리더들과의 환담 속에 대한민국의 실리와 국격을 높일 수 있기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영국 런던 버킹엄 궁에서 찰스 3세를 만나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평생 헌신하신 여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자유와 평화’ 언급은 한국과 영국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카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등 영국 왕실 가족들을 차례로 소개했고 미들턴 왕세자비는 이 자리에서 ‘한국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대를 해주신다면 언젠가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찰스 3세도 ‘1992년 한국을 오래전에 방문했는데 다시 한 번 갈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길 바란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에 “언제든지 환영합니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리셉션 장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도 조우했고 양국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어 윤 대통령은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등 각국 지도자들과의 환담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실리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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