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가 그리는 건반 위의 스페인…"40년 간직한 숙제 같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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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작곡가 그라나도스 연주 음반 발매…"형식보다 감성 따르는 인간적인 작품"
"쉽지 않았던 66년 연주 인생…이제 음악 즐기고 싶어요" "이때까지 음악인으로서 살아남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죠. 이제는 음악을 하면서 나도 좀 즐기고 싶어요.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6)가 스페인 작곡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연주 앨범으로 돌아왔다.
백건우는 19일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앨범을 발매하고 23일 울산을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까지 부평, 제주, 강릉, 경기 광주, 강릉 등에서 투어 공연을 한다. 백건우는 이날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갤러리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라나도스의 곡은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형식에 따르기보다는 인간적이고 즉흥적인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스페인의 민족음악을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따뜻한 선율을 그려낸 작곡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지만 백건우에게는 40년간 숙제처럼 마음에 남아있던 작곡가라고 했다. "40여 년 전 스페인 출신 연주자 알리시아 데라로차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 것을 들었습니다.
추운 초겨울의 날이었는데, 이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에 햇볕이 내리쬐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꼈어요.
황홀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라 언젠간 이 곡을 꼭 연주하고 싶다는 숙제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죠." '고야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스페인의 정경을 보고 감명을 받아 쓴 작품이다.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곡인 만큼 작품은 고야가 그린 스페인을 '귀로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앨범에는 백건우가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수록돼 시각적인 색채가 더해졌다.
백건우는 "나는 굉장히 시각적인 연주자"라며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와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1956년 10살의 나이로 데뷔해 66년간 연주 활동을 해 온 백건우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를 연구하고 새로운 곡에 도전하며 '건반 위의 구도자'로도 불린다.
15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로지나 레빈을 사사한 뒤 뉴욕, 런던, 베를린 등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백건우는 "지난 수십 년간 개인으로서 전 세계의 음악계와 맞서는 것은 굉장히 벅찬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저의 활동 초기만 해도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죠. 그런 환경에서 내 음악을 쌓아가고 발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동안은 음악과 싸움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젠 음악과 친해진 것을 느껴요.
음악과 제가 서로에게 더 후해지고 서로를 더 받아주는 느낌이랄까요.
"
최근 '클래식 한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위상이 달라진 모습에 대해선 "지금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기술적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연주자들과 관객들에게 "(기술보다도) 더 중요한 건 음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건우는 2019년과 2020년에도 쇼팽, 슈만 등의 연주 앨범을 발매하고 투어 공연을 여는 등 활발한 연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로 백건우는 "타고난 음악성, 그다음엔 결국 노력"이라고 말했다.
"음악이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음악을 가지고 태어나야죠. 하지만 그 뒤에는 노력, 또 노력이에요.
아무리 좋은 음악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키울 줄 모르면 발전은 없어요.
"
76세의 나이에도 스페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새로운 경험에 나서는 백건우. 그는 최근 도달했다는 '마음의 자유'처럼 자유롭고 친근한 연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저에겐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에요.
우리에겐 낯설 수 있는 스페인의 정서를 억지로 따라하기보다는 제가 이 곡에서 느끼는 바를 그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 /연합뉴스
"쉽지 않았던 66년 연주 인생…이제 음악 즐기고 싶어요" "이때까지 음악인으로서 살아남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죠. 이제는 음악을 하면서 나도 좀 즐기고 싶어요.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6)가 스페인 작곡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연주 앨범으로 돌아왔다.
백건우는 19일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앨범을 발매하고 23일 울산을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까지 부평, 제주, 강릉, 경기 광주, 강릉 등에서 투어 공연을 한다. 백건우는 이날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갤러리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라나도스의 곡은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형식에 따르기보다는 인간적이고 즉흥적인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스페인의 민족음악을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따뜻한 선율을 그려낸 작곡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지만 백건우에게는 40년간 숙제처럼 마음에 남아있던 작곡가라고 했다. "40여 년 전 스페인 출신 연주자 알리시아 데라로차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 것을 들었습니다.
추운 초겨울의 날이었는데, 이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에 햇볕이 내리쬐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꼈어요.
황홀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라 언젠간 이 곡을 꼭 연주하고 싶다는 숙제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죠." '고야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스페인의 정경을 보고 감명을 받아 쓴 작품이다.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곡인 만큼 작품은 고야가 그린 스페인을 '귀로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앨범에는 백건우가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수록돼 시각적인 색채가 더해졌다.
백건우는 "나는 굉장히 시각적인 연주자"라며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와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1956년 10살의 나이로 데뷔해 66년간 연주 활동을 해 온 백건우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를 연구하고 새로운 곡에 도전하며 '건반 위의 구도자'로도 불린다.
15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로지나 레빈을 사사한 뒤 뉴욕, 런던, 베를린 등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백건우는 "지난 수십 년간 개인으로서 전 세계의 음악계와 맞서는 것은 굉장히 벅찬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저의 활동 초기만 해도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죠. 그런 환경에서 내 음악을 쌓아가고 발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동안은 음악과 싸움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젠 음악과 친해진 것을 느껴요.
음악과 제가 서로에게 더 후해지고 서로를 더 받아주는 느낌이랄까요.
"
최근 '클래식 한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위상이 달라진 모습에 대해선 "지금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기술적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연주자들과 관객들에게 "(기술보다도) 더 중요한 건 음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건우는 2019년과 2020년에도 쇼팽, 슈만 등의 연주 앨범을 발매하고 투어 공연을 여는 등 활발한 연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로 백건우는 "타고난 음악성, 그다음엔 결국 노력"이라고 말했다.
"음악이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음악을 가지고 태어나야죠. 하지만 그 뒤에는 노력, 또 노력이에요.
아무리 좋은 음악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키울 줄 모르면 발전은 없어요.
"
76세의 나이에도 스페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새로운 경험에 나서는 백건우. 그는 최근 도달했다는 '마음의 자유'처럼 자유롭고 친근한 연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저에겐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에요.
우리에겐 낯설 수 있는 스페인의 정서를 억지로 따라하기보다는 제가 이 곡에서 느끼는 바를 그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