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에서 괴수물로…영화 '늑대사냥'

필리핀 마닐라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자 수십 명을 태운 호송선 프론티어 타이탄호가 한국을 향해 출발한다.

현장 책임을 맡은 형사팀장 이석우(박호산 분)를 비롯한 경찰은 살인·강간·특수폭행 등 강력범죄 전과를 줄줄이 단 피의자들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무자비하게 대한다. 부산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사흘이다.

배식 등 지원을 위해 투입된 민간인들이 돌연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조타실을 장악하고 통신을 끊으면서 반란이 시작된다.

일급살인으로 수배된 박종두(서인국)는 치아교정기를 이용해 수갑을 풀고 미리 심어놓은 민간인들과 함께 호송선 탈취에 나선다.
영화는 벌크선을 개조한 호송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종두 조직과 경찰의 서바이벌 게임 양상을 띤다.

고작 권총 정도 준비한 경찰이 자동연사 기관총으로 무장한 종두 조직을 제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머리가 깨지고 사지가 절단되는 순간의 신체반응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웬만한 고어물을 능가하는 잔혹한 공포를 선사한다.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며 영화는 정확히 둘로 쪼개진다.

과장된 위악의 기운을 내뿜으며 프론티어 타이탄호를 금세 장악할 듯 보이던 박종두는 빌런에 의해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소 허무하게 퇴장한다.

'알파'로 불리는 새로운 빌런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으깨고 어깨에 박힌 총알을 손가락으로 뽑아낼 정도의 초인적 능력을 지녔다.
호송선 내부라는 공간적 배경과 피칠갑의 향연은 끝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빌런의 교체와 함께 그 정체와 기원을 밝히는 방향으로 이야기 흐름이 급변한다.

한국 경찰과 인터폴의 수사공조라는 이야기의 틀은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르 역시 범죄스릴러에서 SF 괴수물로 전환된다.

영화는 2017년 한국인 범죄자 47명을 필리핀에서 집단 송환한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로 범죄자 송환에 선박이 사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과거 범죄자들이 도착한 공항에서 피해자 측이 자살폭탄을 터트렸고,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화물선 터미널을 통해 범죄자들을 송환한다는 설정을 깔았다.
이처럼 공들여 구축한 개연성은 장르 전환과 함께 상당 부분 무너진다.

전반부 난도질의 잔혹함을 극대화한 건 실제 형사실무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이라는 리얼리티다.

그러나 후반부 들어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멀어질수록 잔혹함이 주는 공포 역시 반감되고 만다.

영화는 애초 알파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채 '극한의 생존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을 표방했다.

그러나 리얼리티 측면에서 양극단에 있는 두 장르의 혼종이 관객의 호불호를 명확히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호송작전 명칭인 '늑대사냥'은 서바이벌 게임과 괴수물 양쪽을 포괄한다.

후반부의 확장된 세계관은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김홍선 감독은 19일 시사회에 이은 간담회에서 "프리퀄과 '늑대사냥', 시퀄을 시나리오로 썼는데 두 번째를 먼저 영화화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폭력성 수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데 대해 "단지 자극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서로 싸우고 투쟁하는 이야기"라며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기보다는 어떻게 인간성을 찾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21일 개봉. 121분.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