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원내대표 경선 '이용호 42표' 의미는…주류 친윤계에 '견제구'

'주호영 압승' 예상 깬 결과…초선 "친윤 그룹의 후보군 정리설 등에 경고"
'윤심 마케팅' 역효과·윤핵관 영향력 축소?…"주호영 개인 비토일뿐" 의견도
19일 치러진 국민의힘 새 원내사령탑 경선에서 주호영(5선) 의원이 과반을 간신히 넘긴 61표를 얻는 데 그친 반면, 재선 이용호 의원은 42표를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주 의원이 과반 득표로 재투표 없이 곧바로 승부를 확정지었지만, 정치권 안팎의 파장은 상당했다.

당장 이번 선거 결과가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하거나 내세우면서 당 운영을 주도하려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른바 `친윤그룹'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선거전 초반 합의추대론이 부상했을 정도로 '주호영 윤심설'이 적지 않게 거론됐지만, 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이 의원에게 쏠린 반대표의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선거전 막판까지도 주호영·이용호 의원 간 양자대결에서 주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는 의견이 당내 적지 않았다.

지난 대선 직후 치른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원내대표가 얻었던 81표 안팎을 얻거나 적어도 70표 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친윤(친윤석열)계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심이 주 의원에게 있다는 '윤심 마케팅'이 가세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막판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던 중진의원들이 대거 출마를 접은 것을 두고 윤심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의원이 선수(재선)와 입당 경력(작년 12월 입당) 등 열세 요소를 뛰어넘어 42표나 획득한 것을 보면, 이런 '윤심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의 뜻이 당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양새에 대한 반발심과 함께 대통령실의 뜻을 당에 '전달'하려는 듯한 일부 친윤계 의원들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류가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전 내내 윤심의 향배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던 점도 이런 반발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이 '당무 불개입' 원칙하에 원내대표 선거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없음에도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해 '윤심팔이'를 한다는 비판도 의원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친윤 그룹의 후보군 물밑 정리, 용산개입설 등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이런 당내 분위기에 대해 경고를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당내 영향력도 일정 부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부 친윤 그룹이 주도했던 '주호영 합의추대'가 사실상 실패한 만큼 당내 '레짐 체인지'의 조짐이 비친다는 것이다.

'윤핵관 투톱'인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2선 후퇴한 상황에서 더는 '윤핵관'이 당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 문제를 해결하려면 윤핵관과 그 주변의 '그 나물에 그 밥'식 당 운영은 안 된다"며 "당 분위기는 (윤핵관 중심에서)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통화에서 "주 의원이 표를 많이 받았으면 친윤그룹이 오히려 기고만장해질 수 있는데, 표 차이가 나서 경계하고 회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심은 없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재선 원내대표에 나선 주 의원에 대한 견제와 함께 비대위에 대한 불만 표출로도 해석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는 한 번 하는 것이 원칙인데 주 의원이 두 번째 하겠다는 게 욕심으로 비쳤을 것"이라며 "지난 권성동 원내대표 선거 때 나왔던 반대표 (21표)에 중진의원들의 견제심리,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쪽의 표도 합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여러 생각이 공존하는 건강한 당이라는 점이 표심으로 입증됐다"며 "경험과 경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60%, 새로운 얼굴로 재출발하자는 분들이 40%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