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에 가슴 아프다"…신당역 유족 '울분'

신당역 살인사건 유족 라디오 인터뷰
"망언한 서울시의원, 드잡이 하고파"
"전주환, 보통 청년의 모습이라 소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구속)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 사진=뉴스1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피해자를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댓글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큰아버지 A 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가끔 별다른 기사가 있나 싶어 검색하다 보면 한 번씩 악성댓글이 나온다"고 운을 뗐다.A 씨에 따르면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한녀'로 칭하면서 "한녀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등의 악성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한녀는 한국 여성의 줄임말로, 여성 혐오 표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A 씨는 "정말 같이 숨 쉬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싶어질 정도로 악성댓글이 한두 개씩 보이더라"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발언한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에 대해선 "정말 마주치면 어떻게 드잡이(서로 머리나 멱살을 움켜잡고 싸우는 짓)라도 하고 싶다"면서도 "초기에 언론에서 약간 왜곡된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 여론을 바탕으로 이 사람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고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A 씨는 "정책을 다루는 시의원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정말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 정말 한심할 뿐"이라면서 이 시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피해자가 생전 가족들에게 전혀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몰래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더라"며 "부모나 자기 동생들한테도 아무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가해자 전주환(31)에 대해선 "인간이 할 수 없는 정말 잔혹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끝내는 자기가 완전 범죄를 하겠다는 그런 과대망상을 소유한 아주 사이코패스"라며 "일반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지능적인 행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경찰은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의 신상정보를 19일 공개했다. / 사진=서울경찰청
A 씨는 전주환의 외모에 대해선 "정말 너무나 평범하고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청년의 모습으로 이렇게 보여서 깜짝 놀랐다"며 "주위에서 정말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얼굴인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소름이 끼치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전주환에게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주환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 인정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충분한 증거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전날 SBS에 따르면 전주환은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자신의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전주환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재판에 대한) 합의가 안 됐다"며 "어차피 내 인생은 끝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18일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