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만으론 미래 없어"…11년 양자사업 빛 본다

기술연 설립 '미래 먹거리'로 투자
국내 첫 가스누출 센싱 내년 출시
보안성 높인 5G 퀀텀폰도 선보여
SK텔레콤은 2011년 남다른 시도에 나섰다. 하성민 당시 SK텔레콤 사장(CEO)과 홍성철 기술부문장, 강종렬 기반기술연구원장(현 ICT인프라담당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은 바이오, 반도체와 함께 ‘양자’를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천수답 같은 통신사업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해 8월 종합기술원에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인력과 자금을 본격 투입했다. 11년이 지난 현재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QKD·도청을 막는 통신기술) 양자난수생성기(QRNG·무작위 숫자 조합 생성기) 양자센싱(양자의 특성을 활용한 검사)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고 있다.20일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공개한 ‘양자 기반 가스센싱 시스템’은 SK텔레콤의 11년 ‘양자 뚝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내년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에 대형 가스 시설물의 유출 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양자 기반 가스센싱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양자는 쪼갤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다. 기업들은 복사 불가능성 등 양자역학의 특성을 활용해 통신 등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현재 대형 가스 시설물의 관제를 위해서는 ‘화학반응식 가스 탐지 방식’ 또는 ‘적외선 기반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이들 방식은 건물 외부에 탐지기를 설치하면 바람의 영향으로 감지 능력이 떨어진다. 탐지거리가 짧고 가스 농도 측정이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양자센싱은 공기에서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해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가스의 농도와 부피, 누출 형상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가스가 누출된 지점부터 확산 방향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SK텔레콤이 양자산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건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이 CEO를 맡았던 2017년부터다. 2018년 2월엔 세계 1위 양자통신기업 IDQ를 인수하기도 했다. IDQ 인수는 SK텔레콤의 양자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2019년 11월엔 미국 괌·사이판 이동통신사 IT&E의 상용 4세대 이동통신망에 QKD를 적용, 송수신 보안을 높였다. 2020년에는 ‘연세대의료원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의 네트워크를 QKD로 연결, 특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QRNG 기술이 적용된 칩셋은 정보기술(IT) 제품의 보안성을 크게 높였다. 2019년 5세대(5G) 통신 가입자 인증 서버에 QRNG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QRNG 칩셋을 넣은 스마트폰도 내놨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개발하고 삼성전자 5G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개인정보를 양자난수 암호키로 보호하는 갤럭시A퀀텀은 출시 후 6개월간 3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엔 정부 주관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양자 기술을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곳곳에 적용하고 생태계를 키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하민용 SK텔레콤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는 “가스 검침 센서는 물론 자율주행자동차 라이다에도 양자를 적용해 국민 안전과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