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프란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사진)가 피아노(21곡)와 바이올린(4곡) 외에 소나타를 작곡한 악기는 아르페지오네뿐이다. 1823년 악기 제작자 게오르크 슈타우퍼가 만든 아르페지오네는 ‘활로 연주하는 기타’라는 의미의 ‘보겐 기타레’로도 불렸다. 첼로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기타처럼 6개의 현을 걸었고, 활로 현을 켜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연주하기 까다롭고 음량도 크지 않은 탓에 탄생 1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단명(短命)한 이 악기가 오늘날에도 기억되는 건 슈베르트가 1824년 작곡한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덕분이다. 비올라와 더블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기타 등이 아르페지오네를 대신하지만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악기는 단연 첼로다.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의 1악장과 서정적인 가곡풍의 2악장, 자유분방한 론도 형식의 3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가을의 정취를 머금은 첼로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 첼리스트들의 주요 레퍼토리로 가을 음악회 무대에 더 자주 오르는 이유다. 피아노가 먼저 연주하고 첼로가 이어받는 a단조의 1악장 주제 선율은 쓸쓸하고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연상시킨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